정부가 4월 임시국회를 겨냥해 양도소득세 추가완화와 상속세, 구조조정세를 포함한 세제개편을 추진 중이다.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각종 민원이 폭주하고 있는 양도소득세가 우선 수술대 위에 올랐지만 재계에서 요구하고 있는 상속.증여세 개정, 구조조정에 필요한 세제 지원안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히 양도세의 경우 이미 지난해 세율 조정과 함께 주택분에 대한 완화작업이 이뤄지고 서울 이외 지역의 미분양주택 해소를 위한 감면책도 나온 점에 비춰 이번에는 토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다주택자에 대한 추가 완화조치도 뒤따를 전망이다.

◆왜 양도세에 칼 대나= 1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양도세는 폭등하는 부동산값을 잡기 위해 2005년을 전후해 세율이 높아지는 등 대폭 강화되면서 종부세 신설과 함께 참여정부의 상징적인 정책으로 자리매김했지만 현재로선 거래 실종의 주범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세제개편에서 양도세 과표를 조정하고 세율을 9~36%에서 2010년까지 2년에 걸쳐 3%포인트씩 깎아 종합소득세율에 맞추기로 했다. 또 양도세 면제기준을 넘는 고가주택 기준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이고 1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율도 올렸다.

최근에는 지방 미분양 아파트 해소를 위해 1년간 한시적으로 서울 밖에 있는 미분양주택을 사면 5년간 양도세를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은 60%, 그밖의 지역에서는 100% 감면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주택시장은 아직 침체돼 있고 특히 비사업용토지에 대한 중과세 규정이 유지되면서 토지 거래의 씨를 말리는 부작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은 시장형성이 더 중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7일 "양도세 체제를 전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투기를 우려하기 보다는 일단 경기를 띄워야겠다는 심산인 셈이다.

경기 악화에 따른 세수 부족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세부담 완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현행 체제를 유지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감면폭을 넓혀 거래를 활성화시킨다면 전체적인 양도세 세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도 깔려 있다.

◆토지에 초점…비사업용·이주택지·자경농지 완화= 가장 민원이 폭주했던 분야는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세 중과 제도다.

2005년 8.31 부동산정책의 결과로 같은 해 말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2007년 양도분부터 비사업용 토지에 대해 60%의 세율을 적용하고 있는 조항이다. 부자를 겨냥해 중과세를 밀어붙인 것으로 입법 때부터 정치색이 강한 조치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때문에 2월 국회에서도 두 건의 개정안이 제안된 상태다. 개정안은 소득세법을 아예 바꾸자는 게 아니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세율을 비사업용 부동산의 양도세율을 60%에서 40%로 낮춰 부담을 덜자는 것이 골자다.

자유선진당 박상돈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의 경우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조세특례를 적용해 2013년까지 한시적으로 종합소득과세표준 세율을 적용해 6~35%(2010년 6~33%)로 낮추도록 돼 있다.

정부도 종합소득세 세율에 맞추는 방안과 한시적으로 할지 여부, 적용범위 등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아예 소득세법을 바꿀지 아니면 정치권의 제안처럼 조특법 개정으로 해결할지도 검토 대상이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가장 민원이 많았고 정치권의 요구도 많았던 게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중과 완화 조치"라며 "4월 국회에 개정안 제출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의원들의 제안에 따라 공익사업으로 토지 등을 양도한 이주대책 대상자가 분양받는 이주택지를 분양계약일로부터 1년 이내에 양도한 경우 세액의 70%를 감면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올렸다.

또 현행 최소 경작기간 8년을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정해진 자경농지에 대한 양도세 감면도 기간별로 차등화해 농민들의 세부담을 줄여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아울러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구역 지정에 따라 땅을 파는 경우에도 양도세를 30~50% 감면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가 해제된 뒤 수용될 경우 양도세를 30~50% 깎아주자는 최근 입법조치와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차원에서 제기되고 있다.

◆다주택자 추가 완화도 검토=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 완화는 이미 작년 연말에 추진됐던 사안이다.

당시 1세대 2주택자는 50%, 3주택자 이상은 60%인 세율을 2주택 이상에 대해 모두 일반과세(현재 6~35%)로 고치려고 했지만 막판에 국회 심의과정에서 완화폭이 줄어 2010년까지 한시적으로 2주택자는 일반과세(내년 말까지만), 3주택 이상은 45%로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에는 3주택 이상자에 대한 중과를 완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애초 민주당 쪽에서 부동산 거래의 숨통을 한시적으로 열어주자고 제안했던 것인 만큼 지금처럼 거래가 실종된 상황에서는 다시 한 번 힘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아울러 2주택 이상 다주택자에게 장기보유특별공제 헤택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3주택 이상자의 경우 투기를 노린 경우가 많다는 시각이 지배적인 만큼 '부자 편들기 감세'라는 논란이 있을 수 있는데다 경기가 회복된 이후에는 그동안 풀린 유동성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잠복해 있는 상황이다.

◆상속세 관철에 구조조정세제도 입안= 정부는 지난해 추진했다가 포기한 상속세.증여세 완화 작업을 빠른 시간 내에 관철시킬 방침이다. 법안은 아직 국회 기획재정위에 계류돼 있다.

경쟁국에 비해 지나치게 세율이 높아 국부 유출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다 재계에서도 조속한 개정을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상속세율과 소득세율이 같거나 상속세율이 낮다고 정부는 말했다.

개정안은 과표구간을 5단계에서 4단계로 단순화하고 가장 낮은 과표구간을 1억 원 이하에서 5억 원 이하로 높여잡는 동시에 세율도 현행 10~50%에서 2010년까지 2년에 걸쳐 소득세율 수준인 6~33%로 왕창 깎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하에 따른 경감률은 지금보다 최고 67% 덜 내는 정도로 큰 폭이다.

아울러 교육세법 폐지안도 조기에 관철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구조조정을 돕기 위한 세제 지원안도 마련 중이다.

이미 구조조정 기업이 자산을 매각할 때 생기는 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를 분할 과세하고 금융기관에는 보유 채권 손실의 비용처리를 허용하기로 한데 이어 선제적인 금융기관 자본 확충 등 구조조정을 돕는 법적 장치를 마련 중이다.

재계에서는 이미 ▲합병.분할평가차익 손금산입 요건 완화 ▲기업 간 주식교환시 양도차익 과세이연 ▲건설사의 토지 현물출자에 대한 양도차익 과세이연 ▲지주회사.자회사 보유 계열사 지분 매각시 양도차익 과세이연 ▲자회사 주식 양도차익 비과세 ▲과점주주에 대한 취득세 부과 폐지 등을 정부에 건의한 상태다.

다만 폐지 후 재산세로 통폐합하고 세율도 계속 내리는 내용을 담은 종부세의 중장기 개편안은 다른 현안이 즐비한 점을 감안해 이번 4월 국회에서 다루기는 힘들 전망이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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