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116개 초임 삭감..최대 30% 깍아
2009-02-19 13:44
초임 2500만원으로 하향조정..삭감된 인건비로 채용 확대
노조등 반발 조짐..부작용 우려, 차별금지 위반 지적
정부, 공공기관 초임삭감 가이드라인
정부가 ‘일자리 나누기’를 명분으로 삼아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116개사의 신입사원 초임을 최대 30%까지 삭감키로 했다.
이에 따라 평균 대졸초임은 현행 2900만원에서 민간기업 수준인 2500만원으로 낮아진다.
신입사원 초임을 깎아 남는 예산으로, 올해 신입사원과 청년인턴 채용을 늘린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그러나 정부가 기존 공공기관 직원들의 임금은 손대지 않고, 신입사원 초임만 삭감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공기관 초임 인하 통해 일자리 나누기 추진
정부는 19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제8차 비상경제 대책회의’를 개최, 공공기관 대졸 초임 인하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 추진방안을 마련했다.
297개 공공기관중 대졸초임이 2000만원 이상인 기관을 대상으로 실태파악이 완료된 116개 기관은 즉시 권고하고 나머지 181개 기관에도 확대키로 했다.
대상기관은 현재 2000~4000만원인 초임이 2000~3000만원 수준으로 하향조정되고 보수수준에 따라 삭감률이 1~30%까지 차등 적용된다. 이에 따라 평균 대졸초임은 현행 2900만원에서 민간 기업수준인 2500만원 수준으로 낮춰지게 된다.
재정부는 가능하면 해당 기관의 자율적 결의에 따라 신입사원의 초임을 깎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는 매년 기관장에 대한 평가를 하고 문제가 있으면 해임한다는 방침이어서 정부의 권고에 불응하는 기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공기업의 초임 연봉이 3000만원 이하로 묶이면 청년 구직자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신의 직장'(공기업)의 매력도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공기업 노조 반발 등 진통 우려
정부의 이런 방안은 현행 노동관련 법령에 따라 보장된 노사간 자율적인 임금 및 단체협상권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공공부문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전형석 한국노총 전국공공노조연맹 정책총괄실장은 “정부가 신입사원 초임 삭감을 권고사항이라고 하지만 분명히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실질적 강제나 마찬가지”라며 “경제가 어렵다는 핑계로 임금책정에 대한 노사자율 교섭권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석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정책국장도 “노동조합의 자율적 교섭과정을 생략한 임금삭감 방안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제 막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고통분담’이라는 이데올로기를 국가가 강요하고 있어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 계획대로 신입사원 임금 삭감이 이뤄질 경우 동일업무에 각각 다른 두 가지 임금테이블이 적용돼 차별금지법 위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 실장은 “정부안대로라면 1년전 입사자와 올해 입사자간 동일업무를 하면서도 동일임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된다”며 “차별금지 문제 등으로 인해 법적 소송이 제기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이제는 비정규직을 넘어 정규직에까지 정부가 앞장서서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을 깨고 있다”며 “노동법 및 근로기준법을 근거로 향후 법적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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