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수리비에 哀타...애물단지 신세 전락

2009-02-16 18:03

"비싼 돈 주고 구입한 수입차를 마음대로 끌고 나가지 못하는 심정을 아십니까? 애물단지가 따로 없어요. 국산차 수리비의 배가 넘는 부품값 때문에 고장이라도 날까 두려워요" 소비자의 푸념섞인 말투가 애석할 따름이다.

고가의 수입차를 구입한 소비자들이 비싼 수리비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개선의 여지없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수입차의 수리비가 국산차에 비해 3배 이상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16일 보험개발원 산하 자동차기술연구소에 따르면 2007년 수입자동차의 평균 수리비는 253만원으로 국산차의 평균 수리비 80만원의 3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한 해 동안 수입자동차에 지급된 수리비만도 1805억원으로 전년 대비 29.1%나 증가했다.

수입차의 수리내역별 구성비는 부품이 60.9%로 가장 높았으며, 국산차와 비교할 때 4배 가량 높았다. 뒤이어 도장이 23.0%, 공임 16.2%를 차지했으며, 이 역시 수입차가 국산차에 비해 2.3배, 1.1배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7300만원 수준인 '에쿠스VS450'의 앞범퍼 커버 가격은 9만 9000원이지만 유사한 가격대의 수입차는 87만4600원에 달한다. 또 국산차의 경우 순정 부품을 역조립하면 차 값의 두 배가 나오는데 반해 수입차는 4~5배가 된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수입차의 수리비가 비싼 것은 턱없이 높은 부품값 때문"이라며 "공임 책정의 불투명성도 수리비를 높이는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수입차 업체에서 운영하는 정비센터의 경우 부품 및 정비서비스가 병행되고 있는데, 국산차와 달리 수입차는 표준 공임비를 산출하는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다.

국산차는 자동차수리비 산출시스템(AOS)에 의해 차량 수리비의 적정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수입차는 공인된 견적시스템이 없어 수리비가 적정한가에 대한 여부 판단이 어려운 실정이다.


수입차 부품의 유통구조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수입차량 부품은 생산국으로부터 부품을 수입해 오는데 이를 국내 공식딜러 업체에만 독점계약으로 납품하고 있어 일반 정비업체에서는 수입차 부품 구입이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부품은 공식딜러에게만 독점 공급되는데다 가격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투명성을 잃고 있다"며 "수입차업계가 판매 대수를 늘리기 위해 차 가격을 낮추는 대신 수리비를 높이거나 부품 등 책정가를 올리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해정 기자 hjpy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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