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업 'CIO(정보기술책임자)', 불황에 뜬다
'기술자'로만 인식돼온 CIO(정보기술책임자)들이 전선이 뒤엉킨 외딴 방에서 임원 회의실로 활동 무대를 넓히고 있다. 불황 탓에 기업들의 비용절감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CEO(최고경영자)들의 호출이 잦아진 것.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은 12일(현지시간) 경기침체로 미국 기업들이 비용 줄이기에 적극 나서면서 CIO의 역할이 전략과 재무 등 경영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는 이들의 역할이 서버를 업그레이드하는 정도로만 인식됐지만 불황으로 기업들의 씀씀이 규모가 줄고 정보통신(IT) 분야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면서 기업 내에서 CIO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CIO는 담당 분야인 IT부문뿐 아니라 기업 전체의 예산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에 따라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는 경영회의를 화상회의로 대체할 수 있는가' 또는 '디트로이트 지사를 폐쇄하면 해당 업무를 재택근무로 소화할 수 있는가' 등의 질문이 최근 미국 기업 CIO들의 책상 위에 자주 올라오고 있다고 포춘은 소개했다.
기업 업무 수행 과정에서 IT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커진 것도 기업 내에서 CIO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활용도가 높아진 노트북과 블랙베리 등 IT기기와 첨단화된 생산설비에 대한 예산집행 권한이 CIO에게 있기 때문이다.
미국 PC 메이커 델이 최근 본사가 있는 텍사스 오스틴으로 각 기업의 CIO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진행한 것도 CIO의 위상 변화를 나타내는 사례라고 포춘은 설명했다.
기업들도 CIO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CIO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역량을 모으고 있다. 일례로 세계 최대 반도체 칩 메이커 인텔은 이미 4년 전부터 CIO를 대상으로 재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존 존슨 인텔 CIO는 "4년 전 폴 오텔리니 CEO로부터 인텔의 성장전략에서 IT가 지원할 수 있는 게 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처음 떠오른 것은 그 질문에 답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그는 교육을 통해 기업 전반의 성장 전략과 IT기술의 관계를 통찰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CEO에게 종합적인 성장전략을 제시하는 CIO로 거듭났다. 그는 "요즘 CIO는 기업의 경영 목표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IT의 역할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항공기 인테리어업체인 B/E에어로스페이스의 에반 스튜어트 CIO도 기업이 선호하는 CIO의 모습이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은 CIO를 영입할 때 단순한 IT기술보다는 좀 더 폭 넓은 경험을 가진 이들을 선호하고 있다"며 "기업들은 차기 CIO가 IT기술자이면서도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인물이길 원한다"고 말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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