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 광화문통신] 통신업계 M&A, 진입장벽 높아진다
통신업계가 KT-KTF 합병을 놓고 연일 떠들석하다.
합병을 반대하는 SK그룹(SK텔레콤·SK브로드밴드)과 LG그룹(LG텔레콤·LG데이콤·LG파워콤) 등 통신업계와 케이블TV업계가 방송통신위원회에 이어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의견서를 제출하며 합병을 결사 반대하고 있다.
게다가 합병 논쟁이 국회로 번져 지난 10일 허원제 의원이 주최하는 간담회가 열렸고, 오는 16일에는 이종걸·이경재 의원이 합동으로 간담회를 개최한다.
하지만 방통위가 KT-KTF 합병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드러내고 있어 합병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간담회를 열어 의견 청취에 나섰던 공정위도 합병 자체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여서 KT-KTF 합병 논란은 이제 '조건부' 싸움으로 번질 전망이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물론 방통위 고위관계자도 KT-KTF 합병에 대해 "문제 없다"는 발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최 위원장은 최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KT가 합병해도 구조조정을 통해 감원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합병 자체를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이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이석채 KT 사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KT가 방송통신융합의 시대변화 속에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발전하는데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기에 이병기 상임위원도 가세해 "업계가 시장변화에 따른 자구책으로 합병할 때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방통위는 KT-KTF 합병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따지고 보면 방통위는 KT-KTF 합병을 반대하고 나서야 할 입장이다. 방통위는 그동안 청와대 업무보고 등을 통해 통신시장에 신규사업자를 진입시켜 경쟁을 활성화하고 이에 따라 통신요금을 인하하겠다는 정책기조를 피력해왔다.
하지만 통신사업자들의 덩치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사업자의 진입은 하늘에 별따기보다 더 어려운게 현실이다.
통신시장은 과거 한솔엠닷컴, 두루넷, 신세기통신 등 수많은 업체들간의 M&A가 이뤄지면서 KT-SK-LG 3자 구도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여기에 KT가 KTF와 합병할 경우 덩치가 더욱 커져 유선시장에서의 지배력을 바탕으로 3자 구도에서 단연 1위로 치고 나갈 수 있다. KT-KTF 합병 이후에는 LG데이콤-LG파워콤 합병이 이어지고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합병까지 줄타기 M&A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M&A를 통해 점점 덩치가 키워가고 있는 KT, SK, LG 3자 구도의 통신시장에 어떤 기업이 신규사업자로 진출해 이익을 내겠다고 선뜻 나설 수 있을까.
통신시장은 유무선 모두 포화 상태고 현재 서로 뺏고 빼앗기는 무모한 마케팅 경쟁만 펼쳐지고 있다. MVNO(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 등 신규사업자가 틈새시장을 노리고 진입한다고 해도 정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방통위는 경쟁활성화라는 정책기조와 KT-KTF 합병이 앞으로 통신시장에 가져올 경쟁구도 등을 고려해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김영민 기자 mosteve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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