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CEO가 뛴다] 현재현 동양 회장, 한일합섬 인수 마음고생 ‘전화위복’

2009-03-09 14:54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60)은 ‘2012년까지 순이익 1조원’ 달성과 ‘금융·건설·레저’ 분야를 그룹의 3대 성장축으로 육성하기 위한 사전 포석인 ‘한일합섬 인수’로 마음고생이 컸지만 결실은 풍성했다.

현 회장은 2006년 12월 한일합섬 인수와 관련해 2년 남짓 불법인수(배임과 배임증재) 혐의로 속타는 나날을 보냈다. 그 결과 지난 10일 법원의 ‘무죄’ 판결로 최종 결정났다.

현 회장은 재판 뒤 “그동안 염려해줬던 고객들을 위해 그룹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도록 경영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현 회장의 뼈있는 한 마디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 갈 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그룹은 한일합섬 인수로 3대 성장축 육성에 상당부분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 회장은 3대 성장축 육성의 핵심과제인 동양생명 상장과 동양메이저 중심의 지주사 전환을 놓고 갈 길이 바쁘다. 두 과제는 현 회장이 2007년 6월부터 그룹의 비전으로 언급했던 부분이기에 마음은 급하고 당초 예상보다 진행속도는 늦춰질 것 같은 분위기에 조금은 우려하는 눈치다.

동양생명 상장은 이달까지 연기했지만 주식 침체가 심해 6개월 더 연장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지난해 이어 올해도 생명보험사 장외 주식가격이 최저가 행진을 계속해 생보사 상장에 찬물을 끼얹졌다.

동양생명 주식은 지난해 5월 주당 3만원선까지 치솟았지만 그 후 계속 곤두박질쳐 현재 1만3000원대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주 하락이 생보사 상장의 추진력을 떨어뜨리고 거꾸로 보험사 주가를 끌어내리는 추세다.

현 회장은 지주사 전환도 동양생명 상장과 함께 추진한다는 방침이어서 최근 주식 침체가 그룹의 전반적 움직임을 가로막고 있는 실정이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12월말 지급여력비율도 금감원이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기준으로 제시한 150%를 밑돌 것으로 언급해 유상증자 등 자본확충 방안을 고려해야 할 상황이다.

이에 현 회장은 연초 경제한파가 몰고 온 금융경색과 내수부진을 사내 직원들에게 언급하며 재무적 안정과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강조했다. 이는 현 회장이 구상하고 있는 동양종금증권 중심의 종합투자은행 도약을 위해서도 불가피한 과제다.

또 그룹의 3대 성장축 가운데 건설부문도 현 회장의 어깨를 누르는 만만치 않은 요인이다. 건설경기 침체 속에 시멘트업계도 경고등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시멘트의 주 수요처인 건설사들이 잇따라 부도위기에 직면하면서 시멘트값 교섭력이 떨어졌고 재무상황도 적자상태다. 이런 근본적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시멘트업계가 22% 가격인상을 시도했지만 레미콘업체와 건설사들의 강력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동양메이저도 지난 4분기 동안 주당순이익이 -1484원으로 최근 분기의 주당순이익 증가율은 전년대비 연속적자를 기록했다.

동양메이저는 지주사로 전환할 기업이고 그룹의 상장 계열사 중 모범을 보여야 할 상황이지만 지난해 실적은 마이너스 기록을 면치 못했다.

현 회장은 이같은 난관들을 극복하기 위해 신성장동력 발굴 등 여러 가지 그룹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현 회장은 한일합섬 인수로 확보한 섬유와 건설, 공조설비, 레저 등의 사업들을 그룹의 기존 사업들과 합쳐 3대 성장축을 육성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데 주안점을 뒀다.

한일합섬의 건설과 설비부문은 각각 동양메이저 건설부문과 동양매직 산업기계부문에 합쳐 종합 플랜트 설비회사로, 레저부문은 동양레저와 함께 종합레저그룹으로 육성한다는 이정표를 설정했다. 또 섬유 부문은 기존 유통망을 강화해 의류 브랜드 마케팅을 펼쳤다.

현 회장은 한일합섬 인수 이듬해 6월 골프장과 워터파크, 숙박시설, 스키장 등의 건설을 위한 포부를 밝힌 바 있고 레저와 건설, 금융상의 3박자 능력을 고루 갖춘 상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준성 기자 fresh@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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