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태성의 글로벌프리즘] 링컨과 케네디...그리고 오바마

2009-03-09 09:26

에이브러햄 링컨. 존 F. 케네디. 버락 오바마. 각각 미국의 제16대 대통령과 35대, 44대 대통령이다.

미국 역사상 소위 '코드'가 맞는 이들 대통령 3인은 놀라울 정도로 공통점이 많다. 먼저 케네디 전 대통령은 정확히 100년이라는 시차를 두고 링컨 전 대통령의 족적을 따라간다.

링컨은 1846년에 하원의원에 당선됐고 케네디는 1946년에 하원의원으로 정치계에 발을 들였다.

대통령 당선은 링컨이 1860년, 케네디는 1960년이다. 심지어 암살범이 재판을 받지 않은 채 시내에서 다른 사람의 총격으로 살해됐다는 사실도 비슷하다.

   
 
민태성 국제경제팀장
오바마 역시 링컨과 닮은 꼴이다. 두 사람 모두 변호사 출신으로 일리노이주에서 정치적 기반을 닦았으며 인권 운동에 주력하면서 명성을 쌓았다.

링컨과 오바마의 결정적 고리는 한사람은 흑인을 해방시킨 장본인이며 다른 한사람은 그가 해방시킨 흑인으로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 됐다는 사실이다.

미국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이 링컨이라는 사실과 함께 오바마 자신도 '링컨 따라잡기'를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는 사실도 링컨과 오바마의 인연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오바마는 링컨처럼 필라델피아에서 '통합의 열차'를 타고 워싱턴에 입성했고 대통령 취임선서에서도 링컨이 사용했던 성경에 손을 얹었다. 오바마가 취임식 주제로 사용한 '자유의 새로운 탄생'은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에서 따온 것이다.

이 정도면 오바마를 '링컨의 부활'이라고 부르는 것에 고개가 끄덕여질만 하다.

오바마와 케네디 사이에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없지만 두 사람 모두 40대 젊은 대통령으로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꼭 닮았다.

대선 당시 분위기와 대통령 당선 과정에서도 오바마와 케네디는 닮은 꼴이다. 두 후보 모두 각각 리처드 닉슨과 존 매케인이라는 유명 정치인을 상대로 극적인 당선 드라마를 연출했다.

1960년 리처드 닉슨과 맞붙은 케네디는 사상 첫 TV 토론에서 세련되고 멋진 외모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유권자들을 설득하며 '정치 풋내기'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닉슨을 보기 좋게 물리쳤다.

오바마 역시 힐러리 클린턴 현 국무장관과 벌인 민주당 경선에서의 피로에도 불구하고 젊고 매력적인 외모와 언변으로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2일은 오바마 대통령의 멘토와도 같은 링컨이 태어난지 200년이 되는 날이다. 링컨과 케네디는 비극적인 사건으로 임기를 마감하지 못했지만 국민들의 존경과 사랑속에 훌륭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있다.

링컨 벤치마킹을 시도하며 2008년 미국 대선을 한편의 드라마로 승화시킨 오바마 대통령이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속에 혈기왕성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언제나 시작보다 마무리가 더욱 어렵고 중요한 법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외치며 서민과 중산층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한 오바마에게는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링컨 탄생 200주년과 함께 '링컨의 부활', '검은 링컨'으로 불리는 오바마 대통령의 발검음이 더욱 주목되는 요즘이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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