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용시장 채용동결 쓰나미

2009-02-08 10:10
해고보다 채용 동결이 문제

   
 
사진: 미국 기업들의 대규모 해고에 이어 신규 일자리 축소로 고용 시장에 불어 닥친 한파가 심화되고 있다.

지난 1년여에 걸쳐 미국 고용시장에서는 300만 개의 일자리 감축을 기록하면서 금융위기가 고용시장에 미친 타격을 여실히 반영했다. 기업들의 대대적인 대규모 감원은 물론 신규 채용 감소가 더해져 고용 시장에 불어 닥친 찬바람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고용시장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오늘날 직원 해고의 급등보다 실질적이고 심각한 문제는 대부분의 기업들에서 일고 있는 채용 동결이 미국 고용 시장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무디스 이코노미닷컴의 마크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고용 시장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것은 고용률 하락에 기인한다"며 "직원 해고가 감소하더라도 실업률은 여전히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노동부는 6일(현지시간) 1월 비농업부문에서 전월에 비해 59만8000개의 신규 일자리가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당초 시장의 예상치인 52만5000개 감소보다 훨씬 악화된 것으로 지난 1974년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일자리 수는 13개월 연속 위축세를 이어갔으며 지난 1년간 전체 고용의 2.6%에 해당하는 306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집계됐다.

거의 전 업종에 걸쳐서 고용감소가 나타났다. 특히 제조업 일자리 수가 전월대비 20만7000개 감소하면서 1982년 이후 최대 폭으로 줄어들었다.

미국 금융정보 제공업체 브리핑닷컴의 조사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은 지난 12월 52만4000개의 일자리 감축에 이어 지난 1월에 54만개의 감축이라는 추가적인 기록을 세웠다.

이와 함께 실업률은 7.2%에서 7.5%로 증가해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노동부에서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멈출줄 모른 채 강행되고 있는 직원 해고보다 기업들의 채용과 일자리 감소가 사실상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월 해고자들의 수는 전년동기대비 17% 증가한 반면 고용 직원과 일자리 수는 각각 26%와 30%씩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직원 해고는 작년 11월 수준으로 지속되고 있지만 고용 시장에 불어 닥친 타격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일단 직업을 잃으면 새로운 일자리 찾기는 더욱 힘들어진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조사기관 컨퍼런스보드는 자체 조사한 온라인 채용 리스트에서 최근 2개월 동안 100만개 이상의 채용 공고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1월 이후 23% 감소한 수치다.

지난 2001년 경기 침체기는 현재 당면한 채용과 일자리의 급감 위기에 비할 바가 아니다. 사실상 신규 채용과 일자리 감소에 따른 실제 고용률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기업들의 직원 해고의 강도가 최고조에 이를지라도 채용과 일자리의 감소 상황은 앞으로 몇개월 동안 변동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컨퍼런스보드의 개드 레바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채용 문제는 간과되기 쉽지만 고용 시장의 핵심 변수"라며 "지난 침체기 동안 해고는 2001년 최고조에 달한 반면 채용은 실업 문제가 해소된 2003년까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은 결과 경기 회복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취업알선업체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의 기업들은 채용 동결을 규정처럼 받아들여 시행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며 "올해 상반기 동안은 채용 동결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팩트 앤 오피니언(FAO) 이코노믹스의 로버트 브루스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채용 동결은 기업들이 인력을 감원하기 위한 방법으로 해고보다 까다롭지 않게 시행할 수 있어 기업들이 선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그는 "채용 동결은 기업들이 경제와 시장 수요의 변화에 맞설 준비가 됐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은선 기자 stop1020@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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