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도 경기불황…외국인, 차도 버린다

2009-02-05 16:29
"빚 못 갚아"…車 버리고 '탈출'

'사막의 기적'으로 불려온 중동 두바이의 경제가 불황에 휩싸이면서 꿈을 좇아 이 곳을 찾았던 외국인들의 엑소더스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5일 타임스 온라인에 따르면 두바이국제공항 주변은 최근 외국인들이 버리고 떠난 자동차가 급증하면서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최근 몇 개월새 두바이 경찰이 공항 인근에서 찾아낸 방치 차량만 3000대가 넘는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하루 동안에만 24대 이상의 방치 차량이 발견됐다.

버려진 차량은 대부분 4륜 구동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이지만 메르세데스 벤츠 등 고급 승용차도 상당수에 이른다. 특히 차량 내부에는 차 열쇠가 그대로 꽂혀 있고 최대 한도까지 사용한 신용카드가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 황급히 두바이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차량 주인들의 사정을 짐작케 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외국인들이 비싼 차를 버리면서까지 두바이를 '탈출'하고 있는 것은 감당할 수 없는 부채 탓이다. 특히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가 지배하는 두바이 사회에서는 채무 불이행에 따른 처벌이 무겁다.

호황을 따라 두바이로 몰려왔던 외국인들은 세금 부담 없이 빚을 내 부동산에 투자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누려왔다. 5년 전 두바이를 중동의 비즈니스 및 관광허브로 개발한다는 구상이 나오자 건설 붐이 일며 두바이 경제는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부를 좇아 두바이로 밀려든 외국인들은 경쟁적으로 주택을 사고 팔았고 초고층빌딩 건설 프로젝트에 투자했다.

하지만 불황이 닥치면서 부동산개발회사와 금융업체들은 인력 감축에 나섰고 은행들은 대출규모를 축소했다. 건설사들도 대형 프로젝트 추진을 보류하거나 취소했다. 대출로 투자비를 댔던 이들은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두바이에 주재하고 있는 한 서방권 대사는 "정확한 수치는 헤아릴 수 없지만 외국인들이 두바이를 떠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두바이가 텅텅 비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타임스 온라인은 두바이 은행들의 경우 영국 금융기관과 업무제휴를 맺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영국인이라면 현지 은행에 빚을 지고 두바이를 떠나왔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두고 온 차는 현지 은행에 의해 경매처분된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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