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투자자 없는 신금융시대

2009-03-13 15:58

   
 
 
"자본시장통합법이 뭐예요." 4일 시행에 들어간 자통법을 아느냐는 질문에 서울 강남 증권사 지점에서 만난 투자자가 던진 답이다. 이 투자자는 증권사 창구를 자주 이용했지만 여태 법에 대한 안내를 받은 적이 없다고도 했다. 자통법으로 금융업권 장벽이 사라지고 과거에 없던 금융상품이 쏟아지는 신금융시대가 열렸지만 여기에 투자자는 없는 셈이다.

문제는 재작년 8월 공포된 자통법이 예정된 유예기간인 1년6개월을 다 채우고 시행됐음에도 이 기간 동안 당국이나 금융투자회사가 투자자에게 법을 제대로 알리는 데 소홀했다는 데 있다. 법제처는 여러 차례 개정을 반영한 법률과 시행령을 자통법 시행 하루 전인 3일에서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상황이 이렇다면 투자자가 자통법이 뭐냐고 반문하는 것은 당연하다. 실체가 법 시행에 닥쳐서 공개됐는데 제대로 알고 있는 투자자가 있다면 오히려 놀랄 일인 셈이다.

자통법을 알리는 데 소극적이기는 금융투자업계도 마찬가지다. 법이 정한 투자권유준칙에 따라 투자자가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절차가 훨씬 까다로와졌지만 영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인 지 어떤 회사도 적극적으로 이를 홍보하려고 하지 않는다. 금융투자업계는 법 시행으로 금융상품에 포괄주의가 적용돼 이를 이용해 새로운 상품을 만들 수 있지만 비용 증가를 이유로 기존 상품을 판매하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 큰 기대 속에 법이 시행됐지만 달라진 게 별로 없는 셈이다.

자통법 시행과 함께 자본시장 상징인 옛 증권선물거래소와 증권업협회가 각각 한국거래소와 한국금융투자협회로 거듭났다. 금융투자협회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이날 당국과 회원사로부터 주요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출범 기념식을 가졌다. 이 행사를 보면서 신금융시대란 잔치에 당국이나 업계만 있지 투자자는 없다는 생각이 머리를 계속 맴돌았다. 당국이나 유관기관은 자통법이 가진 핵심 목표가 투자자 이익을 제고하고 보호하는 것이란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서혜승 기자 harona@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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