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소프트웨어도 재활용으로 재도약

2009-02-05 14:36
전세계 이민국 및 출입 관리국과 13조원 규모의 계약체결

IBM이 위기를 기회로 적극 활용하고 있어 주목된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재활용하면서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IT업계 절대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 업계의 대명사인 IBM이 전세계 이민국 및 출입관리국과 100억 달러 (약 13조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라스베가스의 한 IT업체가 개발한 카지노용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재활용하기로 했다고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사진: IBM이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재활용하여 전세계 이민국과의 10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카지노에서 수상한 고객을 가리기 위해 개발된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IBM이 불량 비자 신청자를 가려내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것이다.

IBM의 이 프로그램은 여러 데이터를 비교 분석한 후 의심스러운 관계를 찾아내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비자연장을 원하는 다수의 신청자들이 거주지의 주소는 다르지만 핸드폰 번호를 동일하게 입력한 경우 컴퓨터 프로그램이 이민국에 이들 신청자들의 서류를 재검토하도록 경고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이번 계약으로 IBM은 호주, 영국, 폴란드 등 국가들의 비자 신청자 중 수상한 과거가 있는 신청자를 가려내 분류하는 작업을 향후 4년간 운영하게 됐다.

IBM은 이러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의 재활용을 통해 연구개발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었고 많은 국가들에게 대규모 기술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수익을 보장받게 됐다.

지난 달 IBM은 2008년 4분기 동안 기술 서비스 부문에서만 14.5%의 순익을 기록했고 전사적으로 총 12%의 순수익을 봤다고 발표했다.

영국의 이민청은 지난 12월부터 국내에 거주 중인 이민자들을 전자 모니터링하는 프로그램을 IBM과 개발 중에 있다.

또 비자 및 이민 수속기간 중 신청자에 대한 전자 감시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미국의 국가안보국이 지난 11월 4조 910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IBM과 맺었다.

2006년 IBM은 이와 유사한 프로젝트로 호주 그리고 폴란드 정부와의 계약을 성사한 바 있다고 WSJ는 전했다.

시장조사기관인 아넥스 리서치의 밥 둘제빅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올해 IBM의 성장세는  전세계 정부들과의 기술서비스 계약건을 성사시킴으로써 가능했다"고 말했다.

컴퓨터 업계에서 IBM 뿐 아니라 엑센츄어, 컴퓨터 사이언스, HP 등의 기업들도 각국의 정부기관들과 제휴를 통해 페이퍼 문서들을 자동화하는 프로그램 계약을 성사시킨 바 있다.

그러나 IBM은 다른 기업들과 달리 유사한 성격의 프로젝트로 여러 국가들과 계약을 맺음으로써 글로벌 사무 자동화 프로그램에서 선두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

IBM은 과거 스톡홀름 시와의  교통량 정체 방지 시스템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런던과 싱가포르와 유사한 프로그램 계약건을 성사시켰다.

민간부문에서는 인도의 바티 에어텔과의 계약을 통해 개발했던 기술력으로 지난 여름 리투아니아 지역에 인터넷으로 TV 프로그램을 송출하는 계약을 따낼 수 있게 됐다.

이와 더불어 IBM은 2005년부터 꾸준히 이민국과의 기술서비스 제휴 노력을 기울여 왔다.
 
당시 IBM은 카지노 감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개발한  라스베거스의 한 IT업체를 인수하여 각국의 이민국들에게 비자 신청자 분류 서비스를 선 보였고,  이 후 이 프로그램은 미국의 대테러방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적극 활용됐다.

그리고 IBM의 노력은 2006년 호주정부의 여행객 전자시스템 도입으로 결실을 보게 됐다.

호주정부가 IBM과의 계약을 통해 해외여행객이 자국으로 입국하기 전 항공사와 여행사들이 여행자들의 신원을 확인하도록 하는 여행자 전자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한 것이다.

현재 미국의 국토안보국에서는 탈세나 테러 혐의가 의심되는 비자 신청 케이스를 확인하기 위한 ICEPIC라는 프로그램을 사용 중에 있다.

그러나 IBM 영업부의 데이빗 립스타인 본부장은 "이번 프로그램이 미국 비자과에서 사용될 지 아니면 다른 부서에서 사용될 지 여부는 현재 확인할 수 없으나 미국이민국에서 IBM의 기술력이 적극 활용될 것은 분명하다"라고 말해 최대 규모의 미국 비자시장에서 IBM의 성공을 전망했다.

전세계에서 미국은 매년 600만명으로 부터 학생, 취업 그리고 여행비자 신청을 접수받고 있다.

이번 계약이 성사됨으로써 미국비자 전자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이에 따라 비자발급 기간 또한 현재 소요되는 시간보다 최소 20% 최대 50%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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