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신약개발 지원의 허와 실
신약 개발의 부가가치는 매우 높다.
100억원대 이상 판매되는 이른바 '블록버스터 신약' 하나만 개발하면 한국의 대표적인 수출 품목인 자동차 300만대를 수출한 것과 같은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기간은 많게는 20년까지 걸리는 등 평균 10년 이상은 소요된다.
또 수 백억원에서 최대 수 천억원에 이르는 비용이 들어갈만큼 많은 투자비가 필요하다.
그동안 국내에서 개발된 신약은 지난 1999년 개발된 SK케미칼의 위암치료제 선플라주를 시작으로 일양약품의 놀텍정(항궤양제)까지 모두 14개이다.
2004년에는 LG생명과학의 항생제 팩티브가 미국 FDA 승인을 획득하며 국산 신약 최초의 글로벌 신약 1호로 기록되기도 했다.
신약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온 다국적제약사들보다 연구개발경험이 30년 이상 뒤쳐진 국내의 제약업계를 고려하면 큰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정부도 신약개발을 신성장동력 과제 중 하나로 설정해놓고 있다.
복지부는 올해 625억원을 필두로 내년에 760억원, 2011년 820억원, 그리고 2012년 895억원을 각각 지원키로하는 등 2012년까지 총 31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하지만 제약업체들의 신약개발 의지를 꺾는 규제들이 아직도 너무 많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신약에 대한 약가 결정구도가 그 대표적인 규제 중 하나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신약의 약가는 시장상황에 따라 자율로 결정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제도의 단일보험체계하에서 정부가 약가를 결정하고, 또 통제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수년동안의 연구개발 과정을 거쳐 개발한 신약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가격(약가)을 받게 되면 결국 제품출시를 못하는 경우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광동제약은 신약 개발을 거의 막바지 단계까지 진행했으나, 약가 문제 때문에 제품출시를 보류시킨 적이 있다.
또 같은해 10월 식약청으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음으로써 국내 제14호 신약으로 등재된 일양약품의 항궤양제 놀텍정 역시 약가 결정작업이 진행중이다.
이처럼 개발은 거의 완료된 상황에서 약가 결정 문제를 비롯해 식약청의 인허가 문제 때문에 제품출시를 못하거나, 취소하는 것은 많은 국내 제약사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애로점들이다.
국내 제약산업의 매출 및 수익규모는 다국적제약사들에 비해 현저히 열악한 상황임에 틀림없다.
세계 최대 제약사인 미국 화이자사 단 한 곳의 연간 연구개발 투자비가 약 10조원에 달할 정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체 제약사의 연구개발비를 통틀어도 이의 5% 수준밖에 안된다.
제약사들로부터 연구개발을 끌어내기 위한 가장 강력하면서도 실효성 있는 당근책은 결국 약가 보상임을 감안할 때 신약이나 개량신약에 대한 현실적인 보상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박재붕 기자 pjb@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