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 오명 벗은 공직자윤리법
여성 고위공직자 친정부모 재산 공개

기혼 여성 공직자의 재산등록시 시부모 재산을 등록하도록 해 성차별 논란을 빚어온 공직자윤리법이 오명을 벗게 됐다.

28일 행전안전부에 따르면 현행 공직자윤리법상 4급이상 공무원, 정무직, 법관 및 검사, 대학의 총·학장, 대령 이상 장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의원, 공직유관단체 임원의 경우 의무적으로 재산을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공직자윤리법은 등록의무자의 직계존비속 중 ‘출가한 여성과 외조부모, 외손자녀’를 재산등록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으며, 등록의무자가 혼인할 경우 기혼 남성공직자는 직계존속 재산을 등록하는 반면, 기혼 여성공직자는 시부모 재산을 등록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성차별법’이라는 논란이 일자 행안부는 지난해 여성 공무원을 대상으로 선호도를 조사해 '현행대로 시댁 부모 재산을 등록해야 한다'는 의견이 46%로, '친정 부모 재산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38%)보다 많다는 결론을 얻었다.

또 일부 시민단체에서도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재산형성 흐름이 남성중심적이기 때문에 시부모의 재산을 등록하는 것이 재산 공개의 취지에 맞다”는 의견을 내는 등 찬반입장이 팽팽이 맞섰다.

행안부는 이를 토대로 지난해 8월 입법예고한 공직자 윤리법 개정안에서 기혼여성 공직자에게 종전대로 배우자의 직계존비속 재산을 신고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여성계에서 “남녀평등원칙에 어긋난다”며 반발했고, 국가인권위원회도 “남성우위의 호주제 관념이 반영된 것”이라며 “양성평등 원칙에 따라 개정돼야 한다”고 행안부에 권고한 바 있다.

행안부는 각계 반발이 거세지자 ‘법 시행 후 최초로 재산등록 의무자가 되는 여성부터는 본인의 직계 존비속 재산을 신고하도록 한다’는 부칙 조항을 신설, 절충안을 내놨다.

행안부 김혜영 윤리담당관은 “이제 남녀공무원 모두 직계존비속 재산을 등록하면 된다”며 “다만 이번 개정안은 기존에 시부모의 재산을 등록한 여성공직자의 경우 시부모와 친정부모의 재산등록을 모두 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새롭게 재산등록의무자로 지정된 여성공무원에게만 적용된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이구경숙 정책국장은 이번 개정안과 관련 “당연히 바뀌어야할 것이 바뀐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인권위 조영호 팀장은 “기존 여성공직자를 제외한 신규 여성공직자에 한해 반영된다는 점이 아쉽지만 인권위의 권고사안이 일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보람 기자 bora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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