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항공사 생존 전략은 '고급화'
2009-01-28 14:55
50년 만에 최악의 경영환경에 놓인 세계 항공업계는 2009년 살아 남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는 가운데 항공사들이 극과 극의 생존전략을 펼치고 있어 주목된다.
한국에 진출한 다국적 항공사들이 고급화 전략으로 불황 타개를 모색하고 있는 반면 지역 항공사들은 초저가 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합병과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 불리기에 나섰던 주요 다국적 항공사들은 럭셔리 마케팅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국내 신생항공사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초저가 항공료로 승부를 걸고 있어 항공업 판도가 어떻게 변화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영국 항공산업 전문 조사업체인 스카이트랙스(Skytrax)의 평가 조사에서 2008 세계 최고 항공사로 선정된 싱가포르항공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한 차별화된 기내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싱가포르 항공에서는 어느 노선, 어느 등급의 좌석을 타도 고객들은 60개 이상의 영화와 22개의 앨범, 100여개의 게임 등을 고를 수 있는 기내 서비스가 제공되고 일부 기종에서는 22개 나라의 언어를 공부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걸프 지역 항공사는 유례없는 고유가로 벌어들인 `오일 달러' 덕분에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성장세를 이용하여 글로벌 항공사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걸프지역 항공사들은 최신식 항공기 도입을 통해 럭셔리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두바이 정부가 새로 설립한 저가항공사인 플라이두바이는 보잉 737 기종 54대(40억달러)를 주문했고 카타르 항공은 2013년 현재 62대에서 110대로 보유 항공기를 늘린다는 계획 하에 향후 A380 5대 등 항공기 115대를 구입하겠다고 밝혔다.
카타르 항공의 한국지사 남찬우 마케팅 과장은 "카타르 도하는 2005년 아시안 게임 개최로 한국에 많이 알려졌다"며 "카타르 항공은 도하를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으로 가는 교통의 허브 도시화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지구의 마지막으로 남은 미개척지 아프리카에 대한 가능성도 크게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 과장은 "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 많은 항공사들이 항공 노선을 줄이는 등 서비스를 축소하고 있지만 카타르 항공은 오는 3~4월 중 온라인 직접 결제 프로그램을 론칭하고 2010년에는 도하-서울간 직항 노선을 추진 중에 있다"며 2009년 한국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 " 카타르 항공은 이코노미 클래스가 매출의 30%, 비즈니스 및 일등석이 70%를 차지하는 전세계 6개의 오성급(5-star) 항공사 중 하나로 평가 받고 있는 항공사로 한국 시장에서 고급 서비스 이미지로 마케팅 중에 있다"고 말했다.
또한 상당수 외항사들은 ‘짱짱한’ 마일리지 프로그램으로 고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일본항공의 경우 1만5000마일만 모으면 한국-일본 보너스 왕복 항공권을 얻을 수 있고, 매년 12월~3월 사이 마일리지를 두배로 적립해준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미국 동부에 두번 정도 다녀오면 갖가지 추가 혜택이 주어지는 엘리트 회원이 될 수 있다.
아랍에미리트항공은 인터넷에서 예약시 마일리지를 50% 추가 적립해준다.
한편 지역에 기반을 둔 저가항공사들은 기존 대형 항공사들에 맞서 파격적인 초저가의 공격적 전략으로 2009년 생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초저가 전략으로 국내 저가 항공시장의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
이번달 제주~김포 노선에 첫 취항한 전북지역의 이스타항공은 인터넷 예매 고객 중 선착순 10%에게 항공료를 1만 9900원만 받으면서 2주가 넘도록 전좌석 매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김포~제주노선을 하루 4차례 왕복 운항한다. 이미 이달 항공편 좌석이 매진돼 대기자들이 줄을 설 정도다. 2월 한 달간 항공편 예약률도 벌써 50%를 웃돈다.
그러나 이러한 이벤트성 상품으로 항공료를 계속 유지할 경우 제2의 한성항공이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에 확산되고 있다.
국제선 운항이 개시되면 현 수익률 악화를 보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이 역시 경기악화로 수익률 반전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존 저가항공사들의 추락으로 시장이 급랭하면서 국내외 저가 항공 시장 및 전반적 시장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지난해 저가항공 알로하의 파산을 시작으로 ATA, 스카이버스 등이 날개를 접었으며, 유럽 역시 몇몇 저가항공사가 이미 파산을 신청했고 알리탈리아, 오스트리아항공 등 지난해 파산한 항공사만 30여개에 이른다.
국내에선 지난해 말 자금력과 항공사 운영경험 부족으로 한성항공이 운항을 전면 취소한 데 이어 영남항공 마저 퇴출된 상태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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