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파업은 ‘자살행위’

2009-01-18 19:06

-현대차 노조 22년중 1년 파업, 11조 매출손실

연초부터 전주공장 주간연속2교대제 실시를 놓고 사측과 갈등을 빚어온 현대차 노조의 파업 운운에 대해 업계는 물론 노조 내부에서조차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지부장 윤해모)가 전주공장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과 관련, "사측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19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쟁의행위 절차 논의를 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강행할 경우 자살행위를 하는 꼴이 될 것이라며 비판적 의견을 비쳤고, 노조원들 역시 작금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명분 없는 싸움에 나서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480만대를 생산하겠다고 목표를 세웠지만 420만대에 그쳤다. 지난해 말 현재 해외 판매 재고 물량은 약 106만대 가량이다. 길게 잡아 넉 달 가량 버틸 수 있는 물량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사가 힘을 합해 효율성 증대에 적극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출범 이후 2008년(잠정)까지 22년간 거의 매년 파업을 했다. 파업일수만 361일에 달한다. 이로 인해 현대차는 108만대 생산 차질, 11조원의 매출 손실을 입었다.

세계 자동차업계가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일본 도요타 자동차와 미쓰비시 자동차 노사를 비롯해 세계 자동차 노사는 임금 삭감, 조업 단축 등 위기 극복을 위해 공동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노조가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19일 파업을 결의해서 대규모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현대차 입장에서는 노조의 이 같은 행태를 정면으로 지적할 명분을 얻게 되는 셈이다.

쌍용차가 무너지고 GM대우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귀족노조'의 '정치 파업'을 좋게 볼 여론은 없기 때문이다. 임단협도 아닌 문제를 놓고 파업을 결의하겠다는 것 역시 명분을 잃어 지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충분히 대화가 가능한데도 ‘벼랑 끝 작전’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최근 노조에서도 내외부의 비판적 분위기를 감지한 여러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노노갈등을 겪는가 하면 뒤로 발을 빼려는 움직임도 느껴지고 있다. 19일 파업 투표가 액션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노조가 지난 16일 오후 5시 전주공장에서 주간2교대제 시행촉구 집회를 열기로 했지만 참석대상인 울산공장 대의원 258명(전체 대의원 486명)중 절반이 넘는 130여명이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파업할 때가 아니라는 의견이 다수임에도 집행부가 강행하려 하자 반대의 뜻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노조 홈페이지에도 비판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아이디 ‘밥통’은 “정신없이 차만 만들어도 정신없을 시기에 파업한다니. 도대체 세상 돌아가는 것하며 (집행부는) 조합원 심리하며 알고는 있는지”라며 “앞만 보고 달려가는 집행부가 걱정스럽다. 제발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게 되면 회사로서는 대의명분을 얻게 되어 구조조정에 나설 기회를 잡게 되는 것이다. 노조가 이를 무시하고 파업에 나설 경우 이는 자살행위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전경련 이승철 전무는 “GM등 글로벌 빅3업체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고, 국내도 쌍용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갈 만큼 어려운 상황에서 파업은 모두에게 득 될게 없다”며 “서로 대화로 풀어 나가 위기돌파를 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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