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택 없는 포스코, 순항할까

2009-01-15 12:55

 

이구택 회장이 15일 임기 만료 1년여를 앞두고 사퇴하겠다고 밝히면서 포스코가 중장기 경영 목표를 순조롭게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올해의 경우 대내외적인 여건으로 인해 경영 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해 비상 경영에 돌입한 가운데 6년간 회사를 이끌어온 이 회장이 갑작스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하면서 포스코가 위기 국면을 순조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포스코는 전 세계적인 경기 위축으로 인한 철강 수요 감소와 원자재값 인상에 따라 경영 환경이 악화돼 1월 실적이 사상 최악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미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실례로 포스코는 최근 전 임원이 올해 연봉의 10%를 회사에 반납하기로 결의했다.

포스코는 이와 함께 각종 비용의 경우 작년 보다 20~30% 줄이고 저가 원료 구매 확대와 원료 구매 시기 조정 등을 통해 연간 1조원에 육박하는 원가를 절감할 계획이다.

이처럼 비상 경영 체제를 가동중인 가운데 이 회장이 갑작스레 돌연 사퇴 의사를 밝히자 포스코 내부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이구택 회장의 조기 퇴진은 포스코가 민영화됐음에도 불구, 정부통제기업이란 부정적 이미지를 또다시 확인시키는 계기로도 작용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후임 회장은 철강산업에 몰아닥치고 있는 불황의 파고를 넘는 것과 동시에 정권에 휘둘린다는 포스코의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켜야 하는 과제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포스코 내부에선 그러나 이 회장이 재임기간에 카리스마적인 리더십을 강조하기 보다는 밑으로 부터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회사를 운영하는 이른바 시스템 경영 구도를 정착시켜놨기 때문에 이 회장이 사퇴하더라도 경영 목표 달성을 위한 행보에 큰 걸림돌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회장은 한때 인수 금액이 6-8조 원으로 예상되던 대우조선해양의 인수전에 참가할 때도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회사의 비약적인 발전에 필수적이라는 내부의 보고를 토대로 인수전 참가 결정을 내릴 정도로 밑으로 부터의 프로젝트 구상과 자율적인 실행 능력을 중시하는 경영인으로 유명하다.

포스코는 따라서 이 회장이 물러나더라도 2018년 매출 100조 원 달성과 에너지, 건설 같은 전략 사업 육성을 골자로 하는 중장기 경영 목표 및 올해 경영 현안 달성을 위한 행보는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4월 이구택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창립 40주년 기념식에서 10년 뒤인 2018년 매출 100조 원(철강부문 70조원, 비철강부문 30조 원)을 달성한다는‘포스코 비전 2018’을 발표했다.

이는 포스코가 지난 40년의 성공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공 신화'를 창조하기 위해 철강 본업의 토대 위에 에너지, 건설(E&C)같은 전략사업을 적극 육성, 발굴해 '뉴 포스코'(New POSCO)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포스코는 또 올해 국내 투자 규모를 지난해 3조 4천억원 수준에서 사상 최대인 약 6조원 규모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는 올해 전남 광양 후판공장 건설 작업에 1조3천억원, 경북 포항 신제강공장 및 광양 5소결(철광석을 굽는 공정), 5코크스(유연탄을 덩어리로 만드는 공정) 공장 설립에 각각 1조원 이상을 투입할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광양에 자동차 강판 공장 착공에 들어간다.
포스코는 올해 체질개선 및 신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판매, 생산, 원료부문간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재무부문에서는 최소한 주단위로 자금상황, 위기징후 등을 점검하는 비상체제를 가동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