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CEO가 뛴다] LG, 지금은 웃고 있지만...
-프리미엄 전략보다 또다른 변화에 발빠른 행보 필요
LG그룹이 웃고 있다. 창사이래 처음으로 지난해 연매출 100조원을 돌파하는 등 경영실적이 눈에 띄게 호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LG그룹의 연매출 100조원 달성은 삼성과 현대ㆍ기아차그룹에 이어 재계에서 세 번째이며 창사 61주년만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최근 신년사에서 "지난해 급변하는 환경에서도 매출 110조원, 영업이익 7조원을 상회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이 같은 성과를 공식화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는 악화된 영업환경 속에서도 7년만에 영업이익이 경쟁업체인 삼성전자를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지난해 3분기까지 사상최대인 1조5367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성과를 반영해 월 기본급 300%의 성과급 지급을 결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글로벌 경기침체와 수요위축은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그룹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을 크게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LG그룹이 지난해 이룬 사상최대의 실적이 올해도 재연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증권가에서는 LG전자의 지난 4분기 글로벌 기준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대폭 감소한 1900억원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LCD 패널 가격 급락으로 인해 2007년 2분기 이후 6분기 연속 지속해온 흑자 행진을 마감하고 1600억원대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LG화학 역시 4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89%나 줄어든 480억원대로 전망된다.
더욱이 LG그룹 주력 계열사들의 이러한 실적 악화는 계열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란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LG 계열사들의 실적부진과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영환경은 구본무 회장에게 새로운 고민을 안기고 있다.
구 회장의 뚝심 리더십과 소신 경영을 바탕으로 창사이래 최대실적을 달성했지만 새로운 경영환경은 LG그룹에 또 다른 변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 회장 역시 올해 시무식에서 "지금까지의 방식이나 경쟁력에만 의존해서는 앞으로의 불확실성을 헤쳐나갈 수 없다"며 변화를 통한 새로운 도약을 강조했다.
그는 또 "미래를 담보할 원천기술과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상황이 어렵다고 현안에만 몰두한다면 2~3년 후에는 더 이상 새로움이 없는 기업으로 전락하게 될 지도 모른다"며 경영진에게 위기의식으로 무장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최근 한일 재계 신념간담회에서 "올해는 프리미엄 시장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이에 따른 대응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도 기존 프리미엄 전략만으로는 지난해의 성장세를 이어갈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LG는 그룹 차원에서 현재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태양광, 발광다이오드(LED) 등 친환경 그린 비즈니스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 발전 부문에서 폴리실리콘(LG화학), 웨이퍼(실트론), 태양전지(LG전자), 프로젝트 개발(LG CNS), 발전소 운영(LG솔라에너지) 등으로 수직계열화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LG전자는 지난해 10월 PDP 라인 1개를 태양광 모듈 및 셀 생산 라인으로 전환한 이후 사업이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독일 태양광 전문업체인 코너지와의 태양전지 합작법인 설립 논의도 결국 무산됐다.
LG화학은 경쟁업체가 개발한 폴리실리콘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영입했던 한 임원이 검찰에 기소되는 등 사업 초기부터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구 회장이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이 가시화되기까지 걸어가야 할 가시밭길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정경진 기자 shiwal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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