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빠진 한일정상회담, ‘독도 언급 없어’

2009-01-12 18:53

이명박 대통령과 아소 다로 일본 총리는 12일 정상회담을 통해 ‘미래지향적 성숙한 동반자 관계’로 양국관계를 격상시키면서 실질적 경제협력을 확대해나가겠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독도 영유권 분쟁 등 향후 한일관계를 균열시킬 만한 민감한 현안은 이번 회담에서 거론조차 되지 않아 ‘알맹이 빠진 회담’이 아니냐는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독도사태 방관한 MB정부…맹성토

일본은 최근 독도영유권을 명기한 ‘타케시마(독도) 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10가지 쟁점’이라는 팸플릿을 만들어 각국 재외공관에 배포했다. 또 지난해 연말 일본이 해저자원확보에 나서기 위해 ‘해양에너지 광물자원 개발계획’ 초안을 만들었는데, 여기에는 한국 EEZ(배타적경제수역) 인근 독도지역까지 조사 대상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번 회담 전부터 독도문제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돼 왔다.

그러나 양국 정상은 ‘한일관계의 뇌관’ 독도문제를 철저히 피해갔다. 이날 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독도문제와 관련, “어떤 문제로 인해 주춤할때는 있었지만 후퇴하진 않았다”며 “양국관계는 더욱 미래지향적으로 가고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아소 총리도 “역사인식문제는 오늘 회담에서 직접 다뤄지지 않았다”고 못박았다.

이에 정대화 상지대 교수는 “일본과의 관계에서 과거사 문제에 매달리는 것도 문제지만, 일본은 자신들이 저지른 과거에 대해 한번도 사과한 바 없다”며 “과거를 모르는 일본과 무슨 미래지향적 관계를 정립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대북 문제 악화 ‘우려’…경제 실익 ‘의문’

이번 회담에서 양 정상은 6자 회담을 통한 북한의 비핵화 실현을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인내심을 갖고 공동 노력키로 했다.

아소 총리는 “(이 대통령은) 한국도 똑같은 납치문제를 안고 있으며 이 현실을 직시해 일본의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에 대해 지지를 다시한번 표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6자회담을 파행으로 몰았던 납치문제가 또다시 거론되면서 오히려 북핵 해결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신장식 진보신당 대변인은 “지난해 12월 개최된 6자 회담에서 일본은 6자 회담 의제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납치 문제를 한국은 이미 지원했어야 할 에너지 지원 문제를 들어 회담을 파탄지경에 이르게 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4월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일본 부품업체 전용공단을 조성, 1000억원 규모의 한일 공동 부품소재펀드 조성 등에 대한 후속조치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아 경제적 실익이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앞서 지난해 말 부품소재전용공단으로 부산, 구미, 포항, 익산 등 4개 도시를 지정했음에도, 이번 회담에서 일본의 구체적 협력방안을 얻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