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값 내렸는데 자장면은
2009-01-11 11:20
유가와 원자재값이 급락했는데도 생활물가는 상승세만 둔화됐을 뿐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서민들의 고통도 깊어지고 있다.
10년 만에 최고 폭등세를 보였던 지난해 물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경기침체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서민들에겐 이중의 괴로움이 되고 있다.
돼지고기와 닭고기, 두부 등 주요 먹을거리가 아직도 비싸고 외식 메뉴들 중에서도 서민층이 즐기는 음식들이 지난 1년간 많이 올라 외식은 고사하고 장보기도 겁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나마 농산물 가격의 안정세가 계속되고 있어 다행이다.
◇ 장바구니 물가 안내리네
지난해 생활물가는 5.4% 오르면서 전체 물가 상승률인 4.7%를 웃돌았다.
1년간 농산물이 4% 이상 내렸지만 석유류가 19.1%나 오르면서 공산품이 7.8% 상승했다. 축산물 중에는 쇠고기 가격은 안정됐지만 돼지고기(17.1%) 값은 치솟았고 닭고기.달걀(21.9%)도 크게 올랐다.
게다가 한 번 오른 가격은 쉽게 떨어지지 않고 있으며 더 오르는 것도 있다.
전월 대비 작년 12월의 물가를 보면 설탕(12.9%), 고추장(1.4%), 간장(1.3%), 된장(3.8%), 식빵(2.8%), 달걀(4.6%) 등이 올랐다.
밀가루는 한시적으로 무관세를 적용하면서 작년 8월 전월 대비 13% 떨어졌지만 그 후에는 국제가격 약세에도 불구하고 매월 1% 안팎씩만 하락했다. 밀의 최근 국제가격이 2007년말 대비 30% 이상 떨어진 점을 감안할 때 낙폭이 적은 셈이다.
올해 들어서는 밀과 밀가루에 대한 무관세 혜택이 사라지고 각각 1%, 2%의 관세가 적용되면서 인상요인까지 발생했다.
차량용 기름값의 경우 국제유가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작년 8월부터 떨어졌지만 2008년 상승률은 휘발유 12.4%, 경유 31.8%, 액화석유가스(LPG) 32.3% 등으로 높은 편이다.
특히 정부의 세제혜택이 사라지면서 연초부터 기름값은 다시 뛰고 있다.
유류세 10% 인하 조치가 종료된 지난 1일부터 휘발유는 ℓ당 83원, 경유와 LPG 부탄은 각각 57원과 18원 인상된데 이어 원유.휘발유.경유 등 수입 유류에 붙는 관세율이 현행 1%에서 오는 2월 2%, 3월에는 3%로 단계적으로 올리면서 휘발유의 경우 ℓ당 10원의 추가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도시가스의 혜택을 못받는 서민층 등에서 많이 쓰는 취사용 LPG(프로판)는 작년 12월에 전월 대비 4.1%나 올랐고 2008년 연간 상승률이 32.5%로 석유류 중에서 상승폭이 가장 컸다. 이 달 들어 내리긴 했지만 부담은 여전하다.
◇ "외식? 겁나요"..서민 메뉴 상승폭 커
2008년 한 해 동안 외식물가는 4.7% 오르면서 1998년(5.0%) 이후 10년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2006년(1.9%), 2007년(2.0%)보다 2배 이상 올랐다.
농축수산물 물가가 연간 0.5% 상승에 그쳤는데도 불구하고 외식물가가 치솟은 것은 밀가루값이 크게 오른데다 전반적인 물가 상승 흐름이 반영된 탓이다.
품목별로 보면 밀가루값의 원가 비중이 큰 자장면이 13.1%, 짬뽕이 11.6% 올라 두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냈다. 식당 라면은 15.0%, 피자도 11.1%나 올랐다.
2007년까지 5년간 1%도 오르지 않았던 김밥은 지난해 17.0%나 상승했다.
볶음밥(9.6%), 칼국수(9.0%), 프라이드치킨(8.1%), 삽겹살(6.6%), 김치찌개백반(5.5%), 된장찌개백반(5.0%), 구내식당 식사비(4.9%)도 외식물가의 평균상승률을 웃돌았다. 2005~2007년 3년에 걸쳐 0.9% 오르는데 그친 햄버거도 3.4% 상승했다.
이처럼 서민층이 즐기는 메뉴들이 뜀박질을 한 반면 단가가 비싼 생선초밥(1.3%), 쇠갈비(1.6%), 등심(3.4%), 스테이크(4.1%)는 덜 올라 서민층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커진 형국이다.
더 큰 문제는 곡물가격과 국제유가가 작년 하반기부터 하락했는데도 불구하고 외식물가는 떨어질 줄을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외식 품목 가운데 작년 12월 가격이 전월인 11월보다 떨어진 것은 전무했다. 전월비 외식물가는 작년 3월에 1.3%, 5~6월에는 0.7%씩 올랐지만 12월에도 0.2% 상승하며 상승률만 둔화됐을 뿐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4인 가족 가장인 회사원 권 모(42)씨는 "음식값이 너무 올라 요즘은 아예 간단한 가족 외식조차 엄두도 못낸 채 집에서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 교육비 부담 가중..공공요금 뒤늦게 '들썩'
교육비 부담도 지난 한 해 동안 커졌다.
2008년 납입금은 전년보다 국공립대학원 8.3%, 사립대학원 6.6%, 국공립대 8.5%, 사립대 7.1%, 유치원 8.5% 등으로 올랐다. 대입 종합반 학원비(7.0%)와 보습학원비(6.5%), 자동차학원비(13.7%) 등 학원비도 적지 않게 상승했다.
공공서비스 요금은 정부가 물가관리에 나서면서 전체 평균 2.4% 인상에 그쳤지만 하수도료(8.1%), 도시가스(7.1%), 지역난방비(12.5%), 행정수수료(17.8%) 등은 크게 올랐다.
문제는 지난해 억눌렀던 공공서비스 요금이 들썩이고 있다는 점이다. 택시요금이 대표적이다. 기본요금을 1천800원에서 2천200원으로 올리는 곳이 많다. 광주, 마산.창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대전시는 2009년도 하수도 요금을 업종별로 평균 29.6% 인상키로 하고 2월 검침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지난해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제때 요금을 인상하지 못한 가스공사는 미수금이 쌓여 있어 도시가스 요금을 더 올려야 하는 입장에 처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