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싼루 파산, 멜라민 사태의 끝?

2009-02-05 09:59

전세계적으로 중국산 먹거리에 대한 신뢰도를 다시 한 번 실추시킨 '멜라민 파문'의 당사자인 유가공업체 싼루(三鹿)가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

분유를 시작으로 유제품과 사료, 가공식품으로 확대된 멜라민 파문은 그 피해도 엄청났다. 중국에서 멜라민 분유를 섭취한 6명의 영아가 사망했고 비뇨질병에 걸린 수십만명의 아이들이 지금도 치료를 받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수십개국으로 퍼져나간 멜라민 오염 식품에 대한 정확한 피해 규모는 제대로 계산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파문을 촉발시킨 싼루의 파산은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파산 절차를 밟고 있는 싼루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

일각에서는 싼루가 단순히 적자를 견디지 못해 파산한 것이 아닌 '빠른 시일 내에 생산을 재개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정부 주도하에 파산을 택하게 된 것이라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싼루가 파산 절차 속 채무를 청산하게 되면 싼위안(三元)은 더욱 용이하게 싼루를 인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싼위안이 자발적으로 골칫덩어리 싼루를 껴안을 이유가 과연 있을까.

멜라민 오명으로부터 자유로운 싼위안은 파동 이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싼루의 생산시설을 임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5000억원에 달하는 부채와 바닥에 뭉개진 기업 이미지가 전부인 싼루가 싼위안에 가져올 표면적인 이득은 절대 리스크보다 작다.

싼루 합병건이 정부 주도하에 이뤄지고 있으며 싼위안은 울며 겨자먹기식의 액션을 취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싼루의 파산 소식을 멜라민 파동의 마침표로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구색을 갖춘 예상과 소문 속에 싼루는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다.

싼루가 회생한들 순조롭게 사업을 꾸려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싼루와 관련된 일련의 모든 사건이 중국이기때문에 가능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지나친 비약일까. 

오성민 기자 nickioh@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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