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로비 등의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아온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이 지난달말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아직도 그의 발목을 붙잡는 사안들이 남아있다. 프라임그룹이 지난 2001년 법원으로부터 낙찰받은 코스모스 백화점 인수 당시 상인회측 보대위로 부터 입찰정보를 사전에 유출받았다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과 증인이 바로 그것이다. 이같은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프라임그룹은 600억원에 달하는 송사에 휘말릴 전망이다. 당시 프라임그룹은 1131억원 가치의 백화점을 370억원에 낙찰받아 800억원대의 차액을 남겼지만 임차인들은 보증금 600억원을 고스란히 날렸기 때문이다. 상인회측은 "금품을 대가로 보대위로부터 사전에 입찰정보를 건네받았다면 경매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프라임이 건넨돈은 100억?
코스모스 백화점 피해 대책위(이하 상인회)는 "보대위가 받은 돈은 37억이 아니라 100억원이 훌쩍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당시 녹음된 녹취록과 보대위 4명중 김모씨의 운전기사로 일하던 나모씨의 증언을 근거로 하고 있다. 나씨는 당시 5년여에 걸쳐 김씨 밑에서 일했지만 월급을 한푼도 받지 못하자 녹취록을 확보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황옥렬 상인회 대표는 "녹취록에는 보대위대표 4명이 담합해 상인들을 속이고 프라임그룹으로부터 금품을 받아 챙긴 정황이 고스란히들어있다"며 "현재 상인회는 이같은 정황을 근거로 돈을 받은 4명의 보대위 공동대표와 프라임그룹을 상대로 검찰에 고소장을 접수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씨는 얼마전까지 이어진 상인회 대표들과의 만남에서 '보대위 대표들은 37억이 아니라 100억원도 더 넘게 먹었다. 모든 것이 사실이지만 프라임그룹이 무서워 증인으로 나서진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했다. 실제로 본지가 입수한 녹취록 발취본에서는 '상인들 몰래 대표단은 빠지면 된다', '2억원이든 얼마를 가지고 보대위 4명이 처리 할거다', '내일 500만원 받아줄테니 안경이라도 공짜로 해달라'는 등의 대화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상인회 측 권정순 변호사는 이에 대해 "녹취록으로만으로도 당시 정황은 확실시 되지만 검찰측에선 나씨가 증인으로 나서만 준다면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상반된 증언의 내막은···
그렇다면 검찰 수사과정에서 백 회장이 37억원만을 밝힌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김민자 상인회 총무는 "참고인조사때 검찰에 출두해서 이 모든 사실을 알게됐고, 검찰이 돈의 사용처에 대해 숨통을 조여오자 하는 수 없이 말한 것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프라임그룹의 나종오 상무는 이에 대해 "이미 2007년도에 끝난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지난 2007년 국세청 감사 당시 밝혀졌던 사안으로 모두 무혐의 처리를 받았다는 얘기었다. 나 상무는 "당시 상황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37억원은 임차인들의 이사비용 명목으로 건넸던 것"이라면서 "그때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없었기 때문에 프라임그룹은 임차인들에게 보상금을 줄 의무는 없었지만 도의상 베풀었던 것이다"고 해명했다. 프라임그룹으로부터 금품 수뢰 혐의를 받고 있는 4명의 보대위 대표 중 김모씨는 최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37억원을 받은 것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노점상과 입점상인들에게 1000만~2000만원씩의 보상금을 주는 데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시 신세계와 롯데에서도 코스모스백화점 경매에 참여하고 싶어했고 사전에 정보를 주는 대가로 몇백억원을 주겠다고 하는 등 유혹이 많았지만 우리는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백화점 앞에서 노점상을 했다는 한 상인은 "보대위로 부터 1원 한장 받은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상인회 측도 "보대위가 일부 자기들 편에 서있던 상인들에게만 보상금을 주고 입막음을 한 것으로 안다"며 "당시 100여명의 상인이 입주해있었고 4명의 노점상이 있었는데 이들에게 최고 2000만원씩 보상을 해줬다 하더라도 20억8000만원밖에 되질 않는데 나머지 16억원은 어디에 썼다는 말인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코스모스 의혹의 끝, 그리고 새로운 음모
코스모스 백화점을 둘러싼 프라임그룹과 상인회 측의 대립은 곧 결말을 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좀처럼 증인으로 나서주지 않으려 했던 나씨의 움직임이 최근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 상인회측에 따르면, 나씨는 증인으로 출석하는 대신 상인회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를 작성하고 있다. 상인회측은 "모든 것이 잘 될 거 같다"며 "우리는 돈을 위해서라기 보단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지난 8년간 싸워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프라임그룹이 경기도 모처에서 코스모스 백화점을 인수한 것과 같은 방법으로 19층짜리 빌딩 경매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 상인회 측 윤모씨는 "경기도 0시에 위치한 000빌딩을 인수하기 위해 프라임그룹이 나섰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이러한 소문이 사실이라면 그 곳 또한 제2의 코스모스백화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