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연동 대응책 없는 '시프트', 서민들 외면
2009-01-02 10:27
서울시가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야심차게 내놓았던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이 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주택가격과 전세가격이 하락하면서 시프트가 오히려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프트는 주변시세의 80%이하로 최고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소유에서 주거개념으로 바꾸겠다며 야심차게 내놓은 프로젝트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시프트가 주변 일반 아파트 전세가격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싼 경우도 나타나면서 이와 관련된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시프트 도입의 취지가 무색해진 것이다.
1일 서울시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 주택 전세가격이 폭락하면서 시프트 공급가가 주변 시세와 비슷하거나 일부 지역에선 오히려 비싼 '가격역전' 현상까지 벌어지면서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강일지구 시프트에 입주를 희망하고 있다는 김모(51ㆍ여)씨는 "솔직히 다른 곳보다 싸다고 해서 알아봤더니 주변 시세와 다를 바가 없었다"며 "우리 같은 사람한텐 '그림의 떡'"이라고 말했다.
성북구 정릉 라온유의 입주를 포기했다는 이모(31)씨도 "84㎡에 입주하려면 1억5000만원가량이 필요하다"며 "주변 전세가의 80%라더니 고작 500만원 싸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로 강동구 강일지구 시프트의 경우 전용면적 ▲59㎡ 9371만원 ▲84㎡ 1억4792만원 ▲114㎡ 1억9712만원에 공급됐다. 반면 강동구 암사동 역세권 아파트의 경우 80㎡가 1억4000만~1억6000만원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성북구 정릉동 라온유에서 공급된 시프트도 일반아파트 시세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시프트 84㎡형의 공급가는 1억4500만원. 반면 일반 아파트 전세가격은 1억5000만원이다. 일반 아파트나 시프트 시세가 비슷하게 형성돼 있다.
주변시세도 시프트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인근의 길음동 길음뉴타운 동부센트레빌 109㎡형(공급면적)이 1억7000만원에 전세 매물이 나와 있을 정도로 별 차이가 없다.
강서구 방화동의 대우건설 마곡 푸르지오 102㎡의 경우, 전세가격은 1억2000만~1억3000만원인데 반해 시프트 공급가는 1억2732만원이다.
시세의 70~80% 수준을 지키겠다는 시의 방침과는 달리 주변시세와 비슷하게 형성돼 있다.
은평뉴타운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10월 공급된 시프트 84㎡는 1억2630만원에 공급됐지만 현재 이 곳의 일반아파트 전세가는 1억3000만원선까지 하락했다.
망원동의 경우에는 주변 아파트와 시프트 시세가 아예 같아졌다. 시가 공급한 시프트 82㎡와 동원데자뷰 82㎡는 1억3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정릉동 P공인 대표는 "정릉동 전세가가 최근 2주만에 2000만원이나 폭락했지만 매수세는 실종상태다"면서 "장기전세보다 싼 매물도 안 나가는 상황에서 장기전세의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SH공사 측도 난감해하면서도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공급 당시 주변 시세를 기준으로 정한 것인 만큼, 가격 하락으로 인한 최근 현상은 어쩔 수 없다는 것. 또 현행 제도 아래서는 연 5%이내에서만 가격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당장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SH공사 관계자는 "시프트 가격 산정은 전문용역기관에 의뢰해 주변 시세 조사 결과와 국민은행 부동산시세 등을 참고해 책정한다"면서 "공급당시에는 주변시세보다 70~80% 수준이었지만 최근 급매물이 많아졌기 때문에 빚어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내 시프트는 지금까지 SH공사 건설 주택과 재건축매입 주택 등 총 6000여가구가 공급됐으며, 최근에는 왕십리주상복합 등 163가구에 대한 청약이 진행 중에 있다.
권영은 기자 kye30901@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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