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박연차-노건평-정대근 고리 캐기' 각개격파
2008-12-10 15:18
세종증권 매각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10일 이번 사건의 핵심 3인방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정대근 전 농협회장의 의혹을 `각개격파'함으로써 진실을 규명하는 수사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동향이라는 이유 등으로 친분관계가 두터운 이들 세 명은 세종증권 매각과 휴켐스 인수 과정 전반에서 서로 돈을 건네거나 미공개 정보를 주고받는 등 `삼각 커넥션'을 이뤘다는 의혹을 강하게 받고 있다.
올가을부터 이 사건을 내사해온 검찰은 지난달 19일 세종캐피탈(세종증권 대주주)을 압수수색하고 김형진 회장과 홍기옥 사장을 전격 체포하면서 본격적인 수사의 신호탄을 올렸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의 고교동기인 정화삼씨 형제를 체포해 노씨가 정 전 회장에게 청탁하고 함께 30억원을 받았다는 진술을 얻어내 노씨를 한 차례 소환조사한 뒤 곧바로 구속했다.
노씨는 "현금 3억원만 받았을 뿐 나머지 돈은 나와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돈을 받은 횟수와 장소도 정씨 형제의 진술과 엇갈리고 있지만 검찰은 대질신문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정 전 회장으로부터 세종증권을 인수한다는 내부정보를 듣고 세종증권 주식에 투자해 200억원대의 차익을 남겼다는 의혹과 농협의 자회사인 휴켐스와 남해화학을 헐값에 인수하고자 정 전 회장에게 20억원을 건넨 의혹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 노씨가 개입해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박 회장이 노씨나 정 전 회장 몫으로 주식투자를 하지는 않았는지 보고 있다.
따라서 노씨와 정 전 회장 또는 정씨 형제를 마주 앉히거나 박 회장과 정 전 회장 또는 노씨를 마주 보게 하고 사건 경과를 조목조목 캐묻는다면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진술이 엇갈릴 테고 그동안 하지 않았던 말이 튀어나올 수도 있어 검찰로서는 시도해볼 만한 상황 연출이다.
하지만 피의자들은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하고 서로 치부를 드러내야 하는 대질신문 과정에서 굉장한 치욕감을 느낄 수도 있고 감정이 극한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수사 관계자는 이런 이유로 가능하면 대질신문을 하지 않는 게 수사 철학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격리된 상태에서는 사건 관계자들이 무엇을 어떻게 진술하는지 알 수 없지만 한 자리에 앉혀 놓으면 뒤늦게 입을 맞출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의 진술 내용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일단 자신에게 유리한 주장을 펴는 게임이론의 하나인 '죄수의 딜레마'를 검찰이 활용하면서 커넥션의 약한 고리를 끊는 작전을 쓰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서울구치소에 수용된 노씨는 `독방'(독거 거실)을 배정했고 정 전 회장은 현대차 뇌물 사건으로 의정부교도소에서 복역하다 이번 조사를 위해 서울 성동구치소로 이감돼 서로 마주칠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또 노씨보다 먼저 서울 구치소에 수용된 홍 사장과 정씨 형제도 각각 다른 건물의 8인실, 6인실을 배정받아 구치소에서 만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검찰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