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리포트] 불황 속 臺 IT 기업들, '감원보다 무급휴가'

2008-12-11 11:14

IT 강국인 타이완의 하이테크산업이 글로벌 경제 침체와 금융위기의 충격에 휘청거리고 있다. 타이완 경제가 내년 1분기부터 본격적인 실물경기 침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타이완 경제의 기둥인 평면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업체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나섰다.

   
 
사진설명: 타이완 IT업계의 선두기업 타이지띠엔은 경기 침체를 타개해 나가기 위한 일환으로 감원대신 무급휴가 정책을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타이완 IT업계의 선두기업 타이지띠엔(台積電)은 이번달 초 인사비용 절감 차원에서 휴일에 급료를 지급하지 않는 무급휴가 정책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오후 타이지띠엔의 차이리싱(蔡力行) 최고경영자(CEO)는 동영상과 이메일을 통해 직접 직원들에게 인사 비용 절감을 선언했다.

차이 CEO는 “비록 회사의 3분기가 좋은 실적을 거두었지만 산업 불경기 여파가 한동안 지속될 것을 염려하고 있다"며 "회사는 전력을 다해 생산비를 낮추는 동시에 직원들의 노동 기회를 보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타이지띠엔은 내년 자본 지출을 대폭 줄이고 인사 동결과 함께 종전 부장급 인사에게 제공되던 교통 보조금도 취소할 예정이다.

더불어 인원 감축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 하에 해외 출장 시 항공 좌석등급을 낮추며 불필요한 야근을 줄이고 신입사원 모집을 동결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그는 사무직원의 경우 이 달부터 매월 닷새의 무급휴가를, 비사무직 직원은 내년 신정 연휴를 기점으로 매주 하루의 무급 휴가를 적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타이지띠엔은 무급휴가 정책이 결코 급여를 삭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며 이와 관련된 적절한 계획을 강구중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IT기업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9월 53억300만 타이완 달러(TWD)(약 233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LCD 패널 생산업체 차이징(彩晶)의 10월 매출액은 전월 대비 41.4% 줄어든 31억600만 타이완달러에 그쳤다.

차이징은 지난달 초 결국 까오슝(高雄)공장을 폐쇄하고 700명을 감원 조치했다.

그 외 치메이(奇美), 요다(友達), 리징(力晶), 난커(南科), 화잉(華映) 등의 업체들 역시 감산에 들어가며 LED 공장의 생산직 노동자들에게 매월 사흘 많게는 열흘까지 무급휴가를 실시하고 있다.

LED 에피택스 업체 징위안광띠엔(晶元光電)의 고위관계자는  20% 이상의 급여 삭감과 무급휴가를 주당 하루 추가하는 방안을 실시하고 생산직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게 '주2일 근무 5일 휴무제'를 적용하고 이로써 감원을 대체한다고 밝혔다.

최근 미니 노트북 '넷북'의 붐을 일으킨 화숴(華碩)도 이번 불경기의 한파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3일 처음으로 각 단위 부장에게 인사 전면 동결을 통지했다.

타이완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롄띠엔(聯電)은 앞서 직원의 명예퇴직을 적극 권고하고 나섰으며 각 공장이나 부서에 권한을 위임받은 부장들에게 직원들의 휴가를 교대 조율할 수 있도록 했다.

IT업계에서 경제 불황의 영향이 가장 크게 파급된 패널과 반도체 DRAM 산업은 4분기 성수기 실적이 부진할 경우 비수기인 1분기에 대대적인 인원 감축에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업체들의 몸집 줄이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타이베이=김모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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