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은 줄고 부채는 늘고…공공기관 경영 '낙제'
지난해 공공기관의 매출이 대폭 늘어났지만 영업비용이 영업수익을 웃돌면서 수익성은 오히려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기업의 부채비율이 처음으로 100%를 넘어서고 이자보상비율도 200% 밑으로 떨어지는 등 안정성 지표가 크게 악화됐다.
공기업 중에는 에너지 공기업의 수익구조가 원자재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악화된 반면 부동산 부문 공기업은 땅값 상승의 혜택을 톡톡히 보며 수익성이 개선됐다.
컨테이너 부두는 낮은 수익성에 최고 수준의 부채비율을 기록해 최악의 공기업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 수익성 지표 악화일로 = 지난해 101개 공공기관의 총 매출은 126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조4000억원(12.8%) 급증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7조3000억원으로 2971억원(4.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영업비용 증가율(13.4%)이 영업수익 증가율(12.8%)을 앞질렀기 때문이다.
기관별 영업이익은 토지공사가 41.1% 늘어난 1조7000억원을 기록해 가장 많았고 예금보험공사(1조2000억원)도 1조원을 넘어섰다.
주택공사(7500억원), 도로공사(7400억원), 주택보증(7200억원), 가스공사(6300억원), 인천국제공항(4600억원), 전력공사(3800억원), 석유공사(3800억원), 체육진흥공단(3100억원) 등도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공기업의 수익성 지표는 최근 몇 년간 답보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지난 2004년 11.1%, 2005년 7.5%, 2006년 8.0% 등을 기록하다가 지난해에는 7.3%로 하락했다.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2004년 9.5%에서 지난해 6.7%로 낮아졌고 총자산순이익률과 자기자본이익률도 같은 기간 2.8%와 5.2%에서 각각 2.0%와 4.0%로 하락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기업의 매출 관련 이익률이 높은 편이지만 총자산순이익률과 자기자본이익률은 민간 기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는 공기업의 경우 원가 기준으로 판매가를 산정하는 경우가 많고 사회기반시설을 보유해 자산 비중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 에너지 '우울' 부동산 '활짝' = 분야별로는 에너지와 부동산 부문 공기업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에너지 관련 공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영업이익과 순이익률 등이 모두 감소했다.
한국전력은 원가부담률이 전년 대비 3.1%포인트 증가한 98.1%까지 치솟으면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9% 줄어든 3800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 역시 1조5600억원으로 24.8% 감소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도 1.3%와 5.4%로 전년 대비 각각 3.3%포인트, 2.3%포인트 하락했다.
지역난방공사와 가스공사 등 다른 에너지 공기업도 수익성 지표가 대부분 하락했다.
반면 토지공사와 주택공사, 대한주택보증 등 부동산 관련 공기업은 지가 상승에 따라 개발수익률이 증가하거나 보증손실률이 감소해 이익률이 크게 개선됐다.
특히 주택보증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8291억원으로 전년 대비 18.22% 늘었으며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도 85.5%로 공기업 중 가장 높았다.
◆ 부채비율 급등…컨테이너부두 '최악' = 지난해 공공기관의 총 자산은 333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5% 증가했지만 부채는 더욱 빨리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기준 총 부채는 170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증가율은 16.2%에 달했다.
특히 공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전년 대비 9.4%포인트 늘어난 107.0%를 기록해 처음으로 100%를 넘어섰다. 공기업의 부채비율은 지난 2004년 85.2%를 시작으로 2005년 85.5%, 2006년 97.6%, 지난해 107.0%로 해마다 늘고 있다.
기관별로는 주택공사(20.8%)와 토지공사(20.3%), 난방공사(11.9%) 등의 증가폭이 컸으며 인천항만공사가 1.7%로 가장 낮았다.
영업이익 대비 이자보상비율도 해마다 낮아지면서 수익성 악화를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공기업의 이자보상비율은 185.7%로 전년 대비 26.4%포인트 감소했다.
컨테이너부두와 철도공사, 석탄공사 등 일부 공기업들은 만성적인 영업적자로 이자보상비율이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컨테이너부두는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90.5%로 공기업 중 최하위를 기록했으며 부채비율도 1191.3%로 자산의 10배를 초과했다. 이자보상비율은 지난 2004년부터 영업적자로 돌아서면서 지난해 현재 -66.0%를 기록 중이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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