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결정 임박..종부세 '생사기로'
2008-11-11 08:51
헌법재판소가 13일 종합부동산세 위헌 소송에 대해 결정을 내릴 예정이어서 종부세의 운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종부세는 이미 정부의 개편안을 통해 사실상 '사형'이 구형된 상태인 만큼 헌재의 판단에 따라 아예 그 운명이 다하거나, 틀만 남은 채 유명무실해지거나, 아니면 법적 정당성을 부여받으며 되살아날 수 있는 갈림길에 서 있다.
하지만 어떤 방향으로 결정이 나도 논란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종부세 개편 원안이든, 상황에 따라 헌재 결정이 반영된 종부세 개편 수정안이든 간에 마지막 공을 국회가 넘겨받으면서 연말 정국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종부세는 이명박 정부에 의해 이미 두 차례 손질됐다.
1단계로 9월1일 세제 개편안에서 주택과 종합합산토지의 과표적용률을 작년 수준으로 동결하고 세 부담 상한도 낮추기로 했다. 이는 12월 신고분부터 적용된다.
2단계로 9월23일 종부세 개편안에서는 내년 납세 의무분부터 주택 및 사업용 부동산, 종합합산토지에 대한 과표구간 및 세율을 대폭 완화하는 동시에 과표 산정방식을 공시가격이 아닌 공정시장가액으로 바꾸기로 했다. 1, 2단계를 담은 법안은 국회에 계류돼 있다.
특히 정부는 종부세를 없애는 대신 재산세로 전환하고 단일 세율 또는 낮은 누진세율 체계로 바꾸겠다는 중장기 개편 방안까지 내놓는 등 사실상 종부세의 간판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헌재에 계류 중인 종부세 위헌소송 결과는 정부의 개편 방향에 힘을 실어줄 수 있지만 제동을 걸 수도 있다.
소송의 쟁점은 ▲개인별이 아닌 세대별로 합산 부과하는 점 ▲1가구 1주택자에게도 물리는 점 ▲세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 등 3가지로, 이중 하나만 위헌 결정이 내려져도 정부의 개편 작업에 정당성을 부여하거나 그 폭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세대별 합산에 대해 위헌 또는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지면 정부는 종부세법 7조에 들어 있는 인별 합산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과세가 헌법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와도 추가로 법안을 손질해야 한다.
이처럼 헌재가 쟁점 가운데 일부라도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종부세는 간판은 유지하지만 법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정부의 개편안 추진은 탄력을 받을 수 있겠지만 종부세를 둘러싼 논란은 다시 촉발될 전망이다. 큰 흐름을 보면 정부와 헌재에 이어 마지막 공이 입법부로 넘어가는 만큼 개편안의 수위 등을 놓고 국회에서 격론이 오가면서 다시 한 번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지난 6일 국회 답변에서 나온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헌재 접촉' 및 '위헌판결 예상' 발언을 겨냥해 야당이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종부세 공방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헌재가 쟁점에 대해 모두 합헌 결정을 내리면 상황은 달라진다. 결정에 따른 직접적 영향은 없지만 정부가 그동안 주장했던 종부세 개편의 당위성에 금이 갈 공산이 크고 이에 따라 추진동력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면서 추진했던 종부세 개편안의 상징성을 감안할 경우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위헌 결정시 환급 대란 우려
정부는 지난 9월 종부세 체계 개편안에서 과표적용률을 작년 수준인 공시가격의 80%로 동결하고 세 부담 상한도 150%로 낮추는 방안을 올해부터 적용키로 했다.
다만 국회에서 이 법안이 종부세 고지서 발송일(25일)까지 통과되지 못하면 일단은 기존 부과체계에 따라 산정된 고지서가 발송된다.
문제는 헌재의 위헌 결정 시에 그 범위에 따라 환급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통 어떤 법률이나 조항에 대해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 해당 법률 등은 즉시 효력을 상실하고 기존 법률에 근거해 내려진 행정처분의 경우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던 이들은 구제받을 수 있다.
종부세도 원칙적으로는 취소 소송 등으로 불복한 이들만 이미 낸 종부세를 돌려받을 수 있지만 일단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 잘못된 세금 부과를 고쳐달라고 경정청구를 한 이들도 환급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강만수 장관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헌재에서 종부세가 위헌 결정을 받으면 3년 이내로 정정신청(경정청구)을 하면 환급받을 수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문제는 위헌의 범위다. 현재 가장 쟁점이 되는 세대별 합산 조항만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 전체 종부세는 아니더라도 세대 합산 때문에 종부세가 부과된 납세자들이 경정청구를 요구하면 돌려줘야 한다.
다만 일부 위헌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일단 25일로 예정된 종부세 고지서 발송은 기존 종부세법에 따라 하되 추후 국세청이 직권경정으로 위헌 결정을 반영한 새 고지서를 발송하는 방식이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종부세법 자체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 정부는 그동안 거둔 세금을 모두 돌려줘야 하며 올해분 종부세 고지서 발송도 취소된다.
국세청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받은 종부세 세수(신고 기준)는 ▲2005년 6천426억 원 ▲2006년 1조7천180억 원 ▲2007년 2조7천671억 원 등 모두 5조 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마지막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해당 법률이 위헌이지만 법 개정 때까지 법을 존속시키는 결정)이 내려지면 해당 조항의 적용을 잠정 중단하거나 잠정 적용하라는 취지로 나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추후의 입법 조치에 따라 구제 여부가 결정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