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건설…신재생에너지사업 발목잡히나
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신재생에너지사업이 호황을 예고하고 있다. 오바마 당선자가 대선 공약에서 앞으로 10년간 1500억달러를 투입해 신재생에너지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초부터 신재생에너지 부문으로 사업영역 확장에 나섰던 국내 건설사들은 무표정한 모습이다. 유례 없는 경기 침체 탓에 신규 사업을 챙길 여유가 없는 탓이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신재생에너지 부문을 사업목적에 추가한 건설업체는 18개사에 달한다. 시공능력평가액 상위 20위권에서만 삼성물산, GS건설,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두산건설, 쌍용건설, 삼환기업 등 7개 업체가 지난 2~3월 일제히 신재생에너지 부문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건설경기 침체로 기존 사업 부문의 성장여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사업 다각화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에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부 대형업체를 제외하곤 신재생에너지사업과 관련한 건설업계의 움직임은 감지하기 쉽지 않다. 성장가치에 기대기보다는 발등의 불을 끄는 게 더 시급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태양·풍력·지열에너지 관련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던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연초 안팎에서 인력을 충원해 전담부서를 꾸렸지만 아직 뚜렷한 사업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상황이 워낙 안 좋아 최근까지도 사업계획만 세우고 있을 뿐 언제 사업이 본격화될 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새로운 사업에 나서려면 투자가 뒷받침돼야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된 데다 최근에는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자금사정이 더 악화돼 투자여력이 달리는 것이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사업의 경우 건설사들은 기존 전문업체들과의 협력 아래 시공과 자금조달 역할을 맡아줘야 하지만 금융위기 상황에서 자금확보는 쉬운 일이 아니다.
대형 건설사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2월 신재생에너지뿐 아니라 토양정화업, 지하수정화업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힌 한 대형 건설사의 경우엔 지난 1~2분기 환경부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오히려 60% 이상 줄었다. 전체 매출에서 환경부문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0.7%포인트 낮아졌다.
이 업체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등 신규사업부문은 아직 비중이 적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만큼 최근 실적은 큰 문제가 아니다"라면서도 "상황이 안 좋은 만큼 새로운 사업 부문보다는 기존 사업을 이끌어나가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최근 2~3년간 신성장 동력을 찾는 데 집중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뚜렷한 실적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며 "신규 사업영역은 눈 앞의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연구개발(R&D) 부문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데 지금으로선 그런 여력이 있는 업체가 드물다"고 말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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