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VS ‘J’ 달아오르는 ‘소주전쟁’
‘영원한 소주 라이벌’ 진로와 두산이 연말 국내 소주시장의 지존 자리를 놓고 진검승부를 벌인다.
진로는 올 9월 두산주류의 '처음처럼'을 정조준한 신제품 'J'를 내놓아 양사의 소주전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진로 참이슬의 대를 잇는 'J'는 브랜드명, 제품 디자인, 가격, 유통채널 등 주요 마케팅 포인트에서 철저히 '처음처럼'을 겨냥해 고안된 제품이어서 '처음처럼'이 강세인 서울지역에서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진로 윤종웅 사장은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참이슬의 대를 이어 신제품 ‘J'를 또 하나의 주력브랜드로 육성할 방침”이라며, “앞으로 보다 적극적이고 친고객지향의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 ‘J’를 기존의 참이슬과 함께 소주 시장의 선도 기업으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 1조원 ‘소주시장’ 서울을 사수하라
진로의 대대적인 시장 사수전략은 최대 격전지인 서울시장을 더 이상 내줄 수 없다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 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진로는 2005년 서울ㆍ수도권 소주시장 점유율 93%, 전국시장 점유율 55%를 차지하며 소주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해왔다. 그러나 2006년 2월 두산 ‘처음처럼’이 강력한 돌풍을 일으키며 진로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처음처럼’ 출시 직전인 2006년 서울 시장점유율은 진로 90.3%, 두산 7.7%였다. 하지만 2008년 7월 들어 진로 74.5%, 두산 24.6%로 두산의 시장점유율이 3배 이상이나 늘어났다.
이에 진로는 지방 및 가정용 시장을 잠시 뒤로 미루고 ‘처음처럼’이 강세인 서울 지역 업소를 집중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진로의 윤종웅 사장은 “J의 판매 목표를 올 연말까지 월 40만 상자로 정하고 마케팅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월 150만 상자를 판매해 참이슬에 이은 제2의 주력 브랜드로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산 측은 진로의 이 같은 움직임에 “상반기에는 선호도 증대에 중점을 뒀지만, 선호도가 높아지는 하반기에는 자연스럽게 판매 증가가 이루어 질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며, “수도권 시장에서의 약진을 목표로 올해 서울 및 수도권 시장 점유율 30%, 전국시장 점유율 18% 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진로 VS 두산 젊은 층을 겨냥한 마케팅 경쟁 치열
지난 2006년 두산이 ‘처음처럼’을 출시하며 ‘물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대관령 기슭에서 뽑아낸 지하수를 전기분해한 알칼리 환원수로 만들었다는 게 두산 측의 설명이었다. 이와 함께 두산은 전기분해 처리로 원래의 미네랄 성분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어 각종 질병의 원인인 활성산소를 약화시켜 비만, 암, 당뇨병 등에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두산의 이 같은 웰빙 마케팅 전략과 ‘흔들어 마시라’는 이효리의 광고 효과는 가파른 시장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진로도 ‘처음처럼’을 잡기위해 9월 말 첨단 정제 공법을 적용한 웰빙형 소주 ‘J’를 출시했다. J는 동해 해저 1032m에서 퍼 올린 해양심층수를 사용해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라고 진로 측은 설명했다.
우선 ‘J’는 현재의 소주병과 달리 15년 만에 병 모양을 완전히 바꾸었다. 제품 디자인에선 종전보다 병 둘레를 줄이면서 어깨를 높여 슬림한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이는 '처음처럼'의 주 고객층인 20~30대 젊은 층과 여성층에 어필하겠다는 포석이었다.
두산 '처음처럼'이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의 서체로 큰 재미를 본 것을 의식한 듯, 소주 브랜드로는 이례적인 'J'라는 영문 이니셜을 흘려 쓴 붓글씨체로 처리했다. 광고 모델도 탤런트 지성과 김민정에서 ‘처음처럼’의 이효리에 맞설 수 있는 송혜교로 교체했다.
해양심층수 사용과 첨단 정제 공법 등 원가 상승 요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고가를 종전 839.36원에서 ‘처음처럼(819.36원)’과 같은 수준인 820원으로 낮춘 점도 눈길을 끈다. 이 역시 두산 ‘처음처럼’이 파격적인 출고 가격으로 주류도매상, 음식점 등에 싸게 공급해 시장점유율을 높여온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최민지 기자 choimj@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