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칼럼] 조 식스팩의 몰락
미국의 '조 식스팩'(Joe Six-pack)이 몰락하고 있다. 조 식스팩이란 미 대선에 혜성처럼 등장한 세라 페일린 공화당 부통령 후보가 미 전역에 유행시킨 말로 집에 올 때 6개들이 맥주를 사들고 오는 미국의 중산층과 서민을 뜻한다.
전통적으로 보수 진영인 공화당이 중산층 이상의 국민들에게만 초점을 맞춘다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페일린 측이 전략적으로 사용한 말이 바로 조 식스팩이다.
신용위기 사태가 버락 오바마 후보의 인기를 높이는 배경이 되면서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가 진보적인 이미지를 앞세워 전격적으로 발탁한 인물임을 감안하면 페일린의 이같은 이미지 메이킹은 다소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페일린이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사용한 조 식스팩은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시장발 금융위기로 미국의 서민은 물론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한때 미국 경제의 상징이었던 디트로이트는 최근 미국 조 식스팩이 처한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신용위기 사태와 미국 자동차산업의 침체로 디트로이트 시민은 이미 절반 가까이 타지로 떠났다.
서브프라임 사태는 디트로이트에 거주하는 3가구 중 1가구가 주택권리를 상실하는 포어클로저 사태를 이미 당하거나 은행으로부터 매일 빚독촉을 받는 상황으로 조 식스팩을 몰아치고 있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지만 매케인 공화당 후보는 아예 디트로이트를 대선 전략지에서 제외시켰다.
경기 침체로 디트로이트 주민 대부분이 오바마 후보쪽으로 기울었다며 승산이 없는 지역이 됐다는 것이 그 이유다. 디트로이트의 조 식스팩은 여당 대선후보로부터 '버림'받은 셈이다.
보수를 외치며 대선 승리를 위해 경제 성장을 부르짖고 있는 공화당이지만 결국 중산층과 서민은 이제 그들에게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대상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임기말 레임덕을 넘어 '식물 대통령'으로 치부되고 있는 조시 부시 대통령의 행정부가 감세를 비롯해 구제금융 등 경기를 살리기 위해 온힘을 쏟아붓고 있지만 이는 결국 서민과 중산층을 외면하고 '금융 귀족'으로 불리는 월가와 상류층을 위한 정책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 수도 있겠다.
미국 조 식스팩의 몰락을 보면서 기분이 씁쓸해지는 것은 이것이 단지 태평양 건너 먼 나라의 이야기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소영 내각으로 대변되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은 서민은 물론 중산층마저도 등을 돌리게 하고 있다.
한술 더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부자 감세론에 대한 비판과 관련 "부자들이 세금을 많이 낸다"며 "세금을 줄여 줄 때도 부자들의 세금이 많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는 발언을 내놓는 등 잦은 문제성 발언으로 한국의 중산층과 서민의 힘을 빼놓고 있다.
당국의 '親부자'적 정책과 함께 글로벌 신용위기 사태와 맞물려 이래저래 미국과 한국의 조 식스팩만 죽을 맛이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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