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브레튼우즈체제' 가시화 되나
글로벌 지도자들이 국제금융질서를 재편하자는데 합의해 새로운 자본주의 체제 구축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규제권한을 강화하고, 다국적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을 공조하는 등의 새로운 ‘브레튼우즈체제’를 도입하자는 것이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를 비롯해 각국 정상들이 주장하는 골자다.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 17일 “유럽은 브레튼 우즈를 대신할 신자본주의 체제 창설을 위해 국제회의를 준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새로운 자본주의’로 향하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회담을 통해 ‘신 브레튼우즈’ 체제 도입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사진: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
브라운 총리는 신 브레튼우즈체제의 필요성을 최근 재차 역설하고 있다. 그는 1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이틀 일정으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도 같은 주장을 했다.
브라운 총리는"국가, 지역에 국한한 규제와 감시 체제만 있고, 전세계 금융 시장의 리스크를 감독할 체제가 없다"고 지적하고 범세계인 경제 체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금융 부문의 붕괴가 재현되지 않도록 전세계적인 조기 경보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금융 시장은 확실히 기강을 원하고 있다"며 마치 1944년 브레튼우즈 회의에서 IMF와 국제부흥은행(IBRD) 설립이 협의되었던 것을 상기하듯 "전세계는 처음 브레튼 우즈로, 기강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신 브레튼우즈체제 창설을 위한 선진 8개국(G8) 특별 회담은 다음달 중 뉴욕에서 개최될 전망이다.
이같이 선진국들이 '신(新)브레튼우즈체제' 또는 '제2의 브레튼우즈체제'라 불리는 새로운 국제 금융질서 수립에 적극 나서는 것은 현재의 체제로는 상존하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뿌리를 완전히 단절시킬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이번 신 브레튼우즈체제 설립 주장은 유럽이 경제 헤게모니를 쥐려는 야심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동안 실질적으로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해 온 미국에 대한 비판을 넘어 세계 경제의 주도권이 누구에게 쥐어지느냐는 매우 민감하고도 중차대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브레튼우즈체제는 1971년 미국의 금태환 정지 선언으로 사실상 종말을 고했으면서도 그 이후에 이를 대체하기 위한 명료한 국가 간 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아직까지 국제 금융질서를 유지하는 기본 틀로 간주돼왔다.
브렌튼우즈는 지난 1944년 44개국이 모여 2차대전의 후유증과 공황 사태를 막기 위해 합의한 협정으로 달러 중심의 태환 체제가 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달러 기준 고정 환율제가 도입되고 IMF와 세계은행 창설이 합의됐다.
달러 기준 고정환율제와 IMF와 같은 체제 유지를 위해 필요한 기구가 마련된 브레튼우즈체제를 통해 미국 중심의 세계 경제, 즉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를 견고히 만드는 결과가 초래된 이면도 있었다.
한편 브레튼우즈 협정이 60년이 넘는 예전의 시스템이며 이런 관리 체제로 엄청난 규모로 이뤄지는 국제적인 자본 이동을 제재할 경우 세계적인 성장 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김나현 기자 gusskrla@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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