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합섬 인수·합병과정에서 불법 외상인수설에 휘말린 현재현(59) 동양그룹 회장이 14일 오전 부산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현 회장은 이날 부산지법 형사6부(재판장 김재승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검찰의 배임과 배임증죄 혐의를 제기한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인정하지 않는다"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현 회장 변호인 측 김태우 변호사는 모두진술에서 "법률의 판단을 떠나서 동양이 한일합섬 인수 후 지역민들의 정서를 헤아리지 못하고 이름을 소멸시킨 아쉬운 점이 있다"며 "과거의 한일합섬 못지 않게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변호인 측은 그러나 검찰의 공소 사실을 영상기기를 이용해 조목조목 반박, 향후 검찰과의 치열한 공방을 예고했다.

변호인 측은 "검찰은 동양그룹이 한일합섬을 공짜로 가져간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동양은 인수 초기자금 1300여억원을 출연하고 대출때 동양메이저의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등 검찰이 주장하는 이른바 '자금차입에 의한 기업인수(LBO방식)'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동양메이저 추연우(49.구속기소) 대표와 함께 한일합섬 전 부사장 이전철(61.구속기소) 씨에게 인수과정에 편의를 제공해 준 대가로 19억여원을 제공한 배임증재 혐의와 관련 "현 회장은 추 씨로부터 포괄적인 보고만 받았지 구체적인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수행 직원 3∼4명과 함께 법정에 들어선 현 회장은 재판 내내 눈을 감은 채 꼿꼿한 자세로 임했다.

현재현 회장은 동양메이저 추연우 대표와 공모, 한일합섬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해 회사를 합병한 뒤 한일합섬의 자산으로 이를 되갚는 방식(LBO방식)으로 한일합섬을 인수.합병, 한일합섬 주주들에게 1800여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다음 재판은 28일 오후 2시 부산지법 301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준성 기자 fre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