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에너지원 ‘무공해석탄에너지’개발..SK에너지 선두지휘

2008-10-13 17:56


석유매장량 한계와 지구 온난화 등에 대비하기 위해 ‘무공해 석탄에너지’의 가능성이 증폭하고 있다. 

‘무공해 석탄에너지’는 환경오염물질 저감와 저급석탄의 고급에너지화로 ‘환경’과 ‘성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녹색성장’의 대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핵심기술은 이산화탄소 등을 원천적으로 배출하지 않는 ‘무공해가스화’ 기술로 기존의 반값인 석유 1배럴 60달러 수준에서 에너지원 확보가 가능한 이점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석탄 중에서도 기술력 부재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세계 저급석탄을 10% 정도 활용하면 국내 석유 소비의 1.5배인 3백만b/d의 합성석유 생산이 가능하고 시장규모도 100조원에 달한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세계 저급석탄 가격은 톤당 10~20달러 수준으로 향후 저급탄전 확보는 국가경쟁력의 한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에너지원은 발전용.수송용.열공급원에너지 등으로 구분하고 발전용은 기존에 천연가스와 석탄을, 수송용은 석유를, 열공급원은 보일러를 가동해 만들어왔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로 무공해 석탄에너지가 등장하면서 발전용은 물론 수송용까지도 일정 부분 대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2013년엔 석유사용량의 2.4% 대체, 2018년엔 8% 대체와 해외판매로 매출 115조원, 일자리 15만개 창출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에너지는 9월 청와대의 ‘그린에너지산업 발전전략’ 보고회에서 2010년까지 ‘저탄소 녹색기술’ 분야에 약 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SK에너지의 한 관계자는 “아직 발표한 지 얼마 안된 상황이라서 걸음마 단계이지만 에너지원으로서 가치는 무궁무진하다”며 “저급탄을 가스화하는 기술과 가스화 이후 기존 원유가 보다 저렴한 합성석유 생산이 가능한 석탄액화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석탄은 저렴하고 석유대비 3배 이상으로 매장량이 풍부하지만 투자비와 환경오염으로 사용상 제약을 받고 있다”며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고 석탄을 가스화하거나 액화시키면 현재로서는 가장 이상적 에너지원”이라고 말했다.

무공해 석탄에너지는 SK에너지가 저탄소 녹색성장과 관련해 추진하는 과제로서 100조원의 시장규모에 걸맞게 현재로서는 가장 잠재성 높은 분야이다.

풍부한 저가 석탄으로 석유와 화학제품, 전기를 생산함으로써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고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는데 기여하겠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구자영 SK에너지 사장은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의 경우 국제유가 등락과 관계없이 지속적 추진이 필요하다”며 “에너지 안보 차원과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을 위해 일관성을 갖고 장기적 계획을 세워야 의욕적 투자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정책팀장은 “석유는 2020~2030년 정도면 한계에 다다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석탄은 200년 이상 쓸 수 있는 매장량을 갖고 있다”며 “생산단가를 맞추기 어려운 수소연료를 보완할 수 있고 바이오연료 보다는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측면 때문에 당분간 석탄이 에너지에 미치는 영향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탄을 가스화 한 후 석유를 만드는 기술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1일 15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과 호주, 중국도 플랜트 건설을 추진중이고 한국은 한국에너지기술원에서 1일 12배럴을 목표로 2012년까지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저급탄을 이용해 가스화하면 합성가스가 나오는데 여기에 촉매를 넣어 액화시키는 과정을 통해 무공해 디젤.메탄올.올레핀 등을 만들 수 있다. 여기서 디젤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만들고 메탄올과 올레핀은 SK에너지에서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화학약품의 원료로 사용중인 메탄올과 올레핀은 기존에 천연가스로 만들어 왔고 오염물질을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단지 천연가스는 매장량이 많지 않다는 단점 때문에 SK에너지가 저렴하고 매장량 풍부한 저급탄으로 만들겠다고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석탄을 가스화하면 수소와 일산화탄소가 나오는데 불순물을 걸러내고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것은 2013년 300메가 생산을 목표로 도전하고 있다. 이런 생산체제는 전세계 5기 정도 있는데 미국에 300메가짜리 2기와 네덜란드, 스페인, 일본 각각 300메가짜리 1기를 보유하고 있다.  또 수소를 태우는 방법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도 있는데 이는 2020~2030년 정도에 가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시훈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청정석탄연구센터장은 “해외에서 수입하는 갈색석탄인 저급탄은 용도가 떨어지고 값도 싸다”며 “싼 저급탄으로 고급화 기술을 개발한다면 상당한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급탄에 들어있는 불필요한 수분이나 재 등을 빼내는 고급화 기술은 전세계적으로도 전무한 상황”이라며 “현재 맡고 있는 것은 무공해 석탄에너지의 원료인 저급탄을 고급화하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석탄공사와 대한광업진흥공사도 무공해 석탄에너지 개발에 일조하기 위한 움직임이 한창이다. 

전문가들은 대한석탄공사가 무연탄으로, 대한광업진흥공사가 유연탄으로 연구개발과 해외자원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산화탄소를 제로(Zero)로 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대한석탄공사의 한 관계자는 “무연탄이든 유연탄이든 청정에너지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은 국내에 확보하고 있다”며 “단지 무연탄의 경우 원료값은 물론 1입방미터(m3) 가스화 하는데 드는 비용이 비싼 것이 흠”이라고 말했다. 

무연탄은 재가 많고 열량이 낮고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스화 하는데 비용도 많이 들고 가스화 이후에도 가스량이 적고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우연탄 보다 많다.

이런 이유로 대한석탄공사는 무연탄에 열량이 높은 폐플라스틱을 혼합해 가스를 만들고 있으며 이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도시가스 수준으로 이산화탄소 함량을 가스화 이전 보다 30% 정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1단계(1톤) 소규모 실험실에서 성공한 바 있고 현재 2010년까지 2단계(10톤) 상용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조관일 대한석탄공사 사장은 “기존 벙커C유 사용 때 보다 에너지비용 50% 이상 절감이 가능해 석유류 대체와 사용감소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며 “가스화장치를 소성공장 등에 보급해 혼합성형연료를 보급할 경우 10만톤 규모의 공장에서 내부수익율 34%, 연간 45억 내외의 순이익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석탄공사는 현재 1단계 연구단계를 거쳐 2단계 과정이 진행중이며 1일 10톤의 고온공기제조장치 겸용 개질기와 가스화장치 설치를 올해 완료하고 내년 상반기엔 시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헌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합석석유연구단장은 “저급탄에는 수분이나 재 둘 중 어느 한 쪽의 함량을 많이 갖고 있는데 국산 무연탄은 특히 재가 많은 것이 흠”이라며 “수입산 유연탄 보다 원료값이 비쌀 뿐만 아니라 재가 많다보니 가스화하는데도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무연탄은 재가 많은 것이 흠이지만 높은 처리비용을 감수한다면 청정에너지로 만들 수는 있다”며 “단지 가스화 이후 열량이 적어 수입해 쓰는 유연탄 보다 경쟁력이 떨어질 뿐”이라고 말했다. 


대한광업진흥공사도 해외 자원개발을 통해 유연탄을 공급하고 향후 유연탄을 이용한 무공해 석탄에너지 기술개발에도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연탄은 원래 고급탄이기 때문에 가스화 이후에도 무연탄과 폐플라스틱을 혼합했을 때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다.

김신종 광진공 사장은 “석탄가스화 복합발전(IGCC)이라는 새 기법으로 석탄을 신재생에너지로 탈바꿈시키겠다”며 “2016년까지 총 19억불 투자, 자주개발률 50% 달성을 목표로 민간기업 70%, 광진공 30% 투자비율로 신규투자사업을 적극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2년까지 충남태안에 석탄을 이용한 300MW IGCC 발전소를 건립, 2014년부터 본격가동하고 기존 화력발전소를 모두 IGCC로 대체할 계획이다.

IGCC는 기존 화력발전과는 달리 석탄을 고온고압의 가스화 기기에서 기체로 만든 뒤 가스터빈을 돌려 발전하는 방식으로 대기오염 물질인 황이나 질소화합물을 제거할 수 있다. 또 기화작업에서 발생하는 열로 다시 한 번 전기를 뽑아낼 수 있어 전기생산의 효율성이 높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남아프리카공화국은 IGCC를 이용해 합성석유를 생산하고 수송·산업용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의 에너지의 약 25%는 석탄, 35%는 석유가 차지하고 있으나 향후 채굴매장량을 따지면 석유는 40년, 석탄은 147년 정도로 석탄의 효용가치가 훨씬 높은 상황이다.

광진공의 한 관계자는 “기존에 화력발전을 비롯해 IGCC에 쓰이는 석탄이 국내에 없는 유연탄으로 쓰고 있기 때문에 해외진출을 통한 유연탄의 안정적 확보가 보다 중요해졌다”며 “향후 자주개발률을 높이고 이를 통한 무공해 석탄에너지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강희찬 삼성경제연구소 공공정책실 수석연구원은 “석유를 통한 연료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지만 수송용에너지 한 가지만 개발하기 보다 열공급원과 발전용 에너지 등 다양한 신에너지원을 만드는 기술개발이 절실하다”며 “특히 발전용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무공해 석탄에너지는 현재 국내에서 상용화할만한 기술이 거의 없지만 기초기술은 선진국 대비 40~60% 정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김준성 기자 fre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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