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금융세계화와 중소기업의 위험관리 능력

2008-10-09 17:45

   정부와 은행권이 결국 통화파생상품 키코(KIKO,Knock-In&Knock-Out)사태 지원에 나섰다.
  1조7000억원에 달하는 키코 손실액으로 우량 중소기업들의 줄도산과 이로 인한 은행들의 부실자산화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회생 가능한 중소기업이 '키코(KIKO)'로 흑자 도산하지 않도록 선별 지원하고, 실현된 손실 외에 미래 평가손실은 재무제표에 주석으로 기재하도록 하는 별도의 대책도 검토 중이다. 정부의 조치는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중소기업이 무너질 경우, 회복 불능 사태가 올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안타깝지만 KIKO사태의 근본 원인은 중소기업들이 통화파생상품인 키코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율변동관리 차원에서 주로 가입한 이 파생상품의 실질적인 수혜자는 은행이며, 중소기업에게는 매우 불리한 파생상품인데도 이를 분별하지 못한 채 계약을 맺었다.

  KIKO는 환율변동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수단으로 상한선(Knock In 환율)과 하한선(Knock Out 환율)을 설정해놓고 보통 풋옵션 1개 매입, 콜옵션 2개 매도로 구성한 상품이다. 환율이 예상 범위 안에서 움직여주면 정해진 이익을 보장 받지만 대신 예상이 빗나가면 헤지가 안돼 끝도 없이 손해를 보게 된다.   

  최근처럼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KIKO가 지닌 문제점은 두 가지다. 환율이 너무 올라 상한선을 넘으면 시장에서 달러를 비싸게 사서 낮은 약정 환율로 은행에 팔아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Knock In). 수출대금으로 받을 달러에서 그만큼 환차익이 생기므로 전체 손익은 상쇄될 수 있다. 하지만 수주대금 범위를 초과해서 계약한 '레버리지 키코'의 경우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된다.  KIKO는 특히 지금과 반대 상황인 환율급락 때 오히려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다. 환율이 너무 내려 하한선을 내려가면 계약무효로 약속한 가격에 달러를 팔 수 있는 권리가 사라진다(Knock Out). 풋옵션 매입으로 환헤지 상품에 가입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헤지(hedge)가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은행측은 수수료는 수수료대로, 환차익은 환차익대로 챙기게 되어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의하면 8월말 현재 KIKO 관련 피해 신고업체수는 중소기업 471개, 대기업 46개 등 모두 517개사로 집계됐다. 피해손실액은 8월 환율 1089원을 기준으로 했을 경우 1조6943억원이다. 이 중 중소기업이 1조2846억원으로 76%를 차지했다. 환율급등으로 피해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중소기업들은 뒤늦게 환헤지피해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손실가능성에 대한 설명이 충분치 않았다는 점과 계약조건이 일방적으로 상품 판매자에게만 유리하게 설계됐다는 이유 등을 들어 국내외 13개 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정부의 대책은 사태해결의 근본대책이 될 수 없다. 앞으로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맞물려 대외여건 변화에 취약한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중소기업들에게 기술개발과 수출확대만 중요한 게 아니다. 이제 환율변동의 위험관리에도 더욱 신경써야 하는 때가 왔다. 축산농민들도 돼지가격 폭락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용어도 생소한 ‘돈육선물(先物)거래’에 신경 써야 하는 시대가 됐음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