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본, "위기가 곧 기회다"
일본 자본이 미국과 유럽 시장 침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노무라홀딩스가 아시아 및 유럽 지사들을 대거 인수한데 이어 미쓰비시UFJ도 모건스탠리에 20억달러를 출자키로 하는 등 일본 자본이 세계금융권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스미토모미쓰이 파이낸셜그룹 또한 영국 바클레이스 은행에 10억달러를 투자했으며 지난 1월에는 미즈호 파이낸셜그룹이 메릴린치 우선주 매입에 12억달러를 투입하는 등 일본의 금융기관들이 미국과 유럽의 금융시장 자본 투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파산한 리먼브라더스의 아시아 및 유럽 지사들을 대거 인수한 일본 최대 증권사 노무라홀딩스는 미국 리먼에 대한 야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노무라 홀딩스의 와타나베 겐이치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에서의 사업확장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는 의견을 시사했다.
와타나베 CEO는 "만약 기회가 있다면 우리는 노무라 뉴욕지점의 운영을 강화하기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달에 노무라는 아시아 리먼브라더스를 인수하면서 시장 경험이 풍부한 리먼의 고급 인력 흡수에 주력했으나 이미 일본 사업체 인력 중 절반 이상이 빠져나가는 등 난관에 봉착해있는 상태다.
블룸버그는 증권사, 전자거래업체 등 리먼의 일본 자회사 인력 170명 중 약 100명이 합병 사업체에 머물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노무라의 라이벌격인 바클레이나 미즈호파이낸셜 등과 같은 라이벌 투자 은행들이 리먼의 고급 인력들을 흡수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노무라가 기존 리먼 직원들로 하여금 위계적이면서 보수적인 회사 풍토를 따르도록 하는데 힘든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위스계 은행인 크레딧스위스의 아주마 오노 애널리스트는 "노무라는 일본스타일의 경영방식을 고수할 것"이라며 "노무라는 전반적으로 이전 리먼에 비해 연봉이 낮고 회사풍토가 외국인들이 적응하기에 다소 힘든 부분이 있어 리먼 직원들이 기존의 방식을 유지하기 위해 투쟁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노무라홀딩스의 와타나베 겐이치 최고경영자(CEO) |
노무라홀딩스의 와타나베 최고경영자(CEO)는 "2004년이래로 뉴욕증시 다우지수가 1만선 아래로 하락한 시점에서 직원들의 문화차이에 대해 논쟁할 시간이 없다"며 "이보다 더욱 급한 것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지난 1980년대 월가의 부동산과 금융회사 등을 독식하던 전례에 비추어볼때 최근 일본의 자본이 다시금 세계금융시장을 침공하는 것은 놀랄일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80년대의 월가를 독식했던 일본 금융회사들이 거품붕괴의 후유증으로 줄줄이 도산함에 따라 잃어버린 10년을 보낸 것이 전화위복이 된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또한 전세계에 금융위기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일본 금융기관들이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을 뼈를깎는 구조조정과 현금자산 위주로 경영체질을 개선한 덕분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신용경색으로 인한 유동성문제에 봉착해있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비해 일본의 금융회사들의 자금력은 비교적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언제든지 현금을 동원할 수 있는 일본 금융회사들의 자금력은 달러화에 대한 엔화 강세로 더욱 커졌다는 평가다.
한편 엔/달러 환율이 수일 안에 95~100엔 사이를 오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콜옵션 거래 또한 가장 활발해 당분간 엔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8일 설명했다.
1달 만기 엔/달러 옵션 변동성은 엔화 강세와 함께 10년만에 최고치인 25.55%를 기록했다. .
이미경 기자 esit9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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