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금리인하 카드 제시..금융위기 가라 앉을까?

2008-10-08 17:20
신용경색 해소에 긍정적 메시지 효과 의문...해결책 못돼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실물경기가 침체조짐을 보이자 세계 각 국 정부가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 정책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미국이 7천억달러의 구제금융안을 마련하고 유럽도 뱅크런 방지를 위한 예금보장 강화와 금융지원 가이드라인에 합의하는 등 선진 각국의 금융시장 안정 노력에도 불안감이 가라앉지 않자, 예금자 보호확대와 중앙은행의 기업어음 매입은 물론 금리인하 카드도 빼어들 태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벤 버냉키 의장은 7일(현지시간)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금리 인하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는 그동안의 중립적 입장에서 긴축 완화 쪽으로 FRB의 입장이 급선회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달 28~29일 열리는 정례회의 때나 이보다 앞서 전격적인 금리인하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인하폭도 0.75%포인트 수준으로 큰 폭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FRB는 통화정책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로 신용경색 위기가 본격화됐던 작년 9월이후 지난 4월까지 7차례 걸쳐 금리를 3.25% 포인트 인하한 뒤, 경기하강 위험과 함께 인플레이션의 우려를 제기하면서 그동안 중립 입장을 견지해왔다.

호주 중앙은행은 기준 금리를 1%포인트 인하했으며, 이스라엘 중앙은행(BOI)도 오는 12일자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렸다.
중국 관영 증권보는 8일 중국 정부가 조만간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1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벤 버냉키 의장의 금리인하 시사와 각국의 금리인하 움직임은 유동성 부족으로 금융시스템이 마비되는 신용경색을 해소하는 데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

 유정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중심의 정책금리 인하 카드는 금융위기가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며 "물가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경기와의 양자택일 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금리인하가 경제전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이 된 2000년대 초중반의 저금리 시대에는 과잉유동성과 더불어 레버리지 거래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유동성이 축소된 데다 투자은행들이 약화돼 금리인하 역기능이 적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금융시장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효과가 제대로 발휘될지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장기적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는 미국의 금리수준이 2%로 낮아 추가로 인하할 수 있는 여지가 얼마 되지 않는데다 투자심리가 냉각된 상태여서 금리 인하의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금융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인 미국 주택시장의 거품 붕괴와 지속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현상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중앙은행 역사전문가인 앨런 멜처 카네기 멜론대 교수는 지난 3월 미국의 경제위기는 금리 인하로는 해결되지 않고 위기를 더 악화시킬 소지가 다분히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유종일 KDI정책대학원 교수는 현재는 자산가격 폭락 시기이기 때문에 정책금리 인하의 부작용이 크지는 않겠지만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구제금융 집행의 룰을 정확히 밝히고 조속한 시행을 통해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공적자금 투입 금액을 높이거나 한시적으로 국유화 하는 방안도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 욱 기자 wugi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