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등 정부 수사기관의 통신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1년새 16배이상 늘어나는 등 남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일부 수사기관은 1건의 압수수색에 2만5000여명의 회원정보까지 요구한 것으로 밝혀져 고객의 개인정보 침해 피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은 방송통신위원회와 이동통신사에 확인한 ‘통신현황 제공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08년 상반기 이동통신 3사가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영장에 응해 제공한 통신자료가 2007년 상반기에 비해 무려 16.2배 증가했다고 29일 밝혔다. (표 1참조)

(표1) 압수수색에 의한 통신자료 제공 현황 

이 의원이 공개한 ‘압수수색에 의한 통신자료 제공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상반기와 2008년 상반기의 문서 1건당 제공 자료 건수를 비교한 결과 평균 21건에서 345건으로 증가, 1년새 무려 16.2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2008년 상반기에 군수사기관은 문서 1건당 평균 1340건이 넘어서 전체 평균 345건의 3.8배에 이르는 자료제공을 받았으며 뒤를 이은 경찰은 문서 1건당 332건, 검찰은 79건 순으로 자료를 제공받았다.

이동통신사별로는 SK텔레콤이 평균 23건에서 420건, LG텔레콤이 12건에서 414건으로 급등한 반면, KTF는 20건에서 9건으로 줄어들어 대조적인 결과를 나타냈다. (표 2 참조)

(표 2) 이동통신 3사의 통신자료 제공현황 (문서건수/ 제공자료 수)

‘압수수색에 의한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현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자료에 따르면 2007년 상반기 대비 2008년 상반기의 문서 1건당 자료제공건수가 평균 6.43건에서 7.12건으로 증가했다. 이중 검찰은 2008년 상반기에 문서 1건당 무려 106건의 자료를 제공받아, 전년도 상반기 대비 28배나 증가했다.
 
사이버 공간도 안전한 곳이 아니다. A포털사의 경우 수사기관이 문서 1건으로 특정 카페 회원모두의 인적 사항을 제공받기도 했다. 올 해 6월의 사례를 보자면 1회에 2만5000여 명의 카페 회원 모두의 인적사항을 제공한 것. 2월에는 570명의 메일 수발신 내용, 인적사항, 접속 로그기록을 모두 제공받기도 했다.

법원의 허가 없이 제공된 통신자료 현황은 더욱 심각한 양상을 보인다. 2008년 상반기 KT, SKT, KTF, LGT 4개 통신사의 긴급제공건수는 4,873건이나 되며 이 중 법원허가서 미제출건수는 435건, 8.9%나 되었다. 이중 법원이 기각한 건수도 101건이나 됐다.

이정현 의원은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 것은 영장발부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거나 긴급을 요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긴급통신사실확인자료 중 자료를 제공 받고도 법원 허가서를 미제출한 건이 400건 이상이라는 것은 수사권을 이유로 개인의 사생활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 13조에서는 ‘법원의 허가를 받을 수 없는 긴급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을 요청한 후 지체 없이 그 허가를 받아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송부’하도록 돼 있다.

이정현 의원은 “이번 자료를 보고 나 뿐만 아니라 이동통신을 이용하는 대다수의 국민이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라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이 의원은 이어 “한 명의 범인을 잡는 것과 수천 명의 개인 정보를 보호하는 것 둘 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수사기관이 모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만큼 사생활과 개인정보 보호에도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수사기관과 법원의 영장 남발을 강력히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