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사냥꾼’들의 ‘아킬레스건’

2008-09-27 23:19
감추고 싶은 그들만의 비밀(?), ②현대중공업

내달 13일 본 입찰을 앞둔 대우조선해양인수전이 예상 밖으로 잠잠하다. 포스코, 현대중공업, GS, 한화 등 인수전 ‘4파’가 대우조선 실사에 본격적으로 나섰으나 기대만큼의 성과물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에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들 4개 업체는 매각주체인 산업은행에 추가적인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있음은 물론 대우조선 해외 자회사를 직접 방문, 현지실사를 추진하다는 계획도 일부에서 감지되고 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격이다.

하지만 정작 대우조선 새 주인으로서 누가 가장 적합한지 여부는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단점’과 관련한 논란은 이번 인수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들 4개 업체는 이를 사전에 철저히 봉쇄한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현대중공업, GS, 한화의 ‘아킬레스건’을 짚어봤다.

◆ 국내로 보면 독과점(?), 세계로 보면 ‘글쎄’

현대중공업의 강점은 무엇보다 세계 조선소순위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2008년 6월 기준 수준잔량순위를 살펴보면 현대중공업이 1478만톤으로 1위,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각각 1125만톤과 1099만톤으로 2, 3위를 달리고 있다.

물론 이는 독과점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게 된다면 앞서 언급한 단순 수치상만으로도 2위 삼성과의 격차가 두 배 이상으로 벌어지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이 국내․외 조선업계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쥐게 될 가능성이 크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이 최근 내놓은 리포트에서도 이는 그대로 드러난다.

2008년 7월말 기준 현대중공업그룹(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의 국내 수주잔량을 포함한 시장점유율(M/S)는 36.7%, 대우조선해양을 포함하면 51.5%에 이르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세계시장 점유율에서도 수주잔량을 포함 약 13.5%, 대우조선해양은 5.7%를 각각 차지, 합계 20%에 육박하게 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국내시장으로 한정해서 볼 것이냐 아니냐에 따라 그 (독과점) 기준이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한다고 가정했을 시) 세계 조선시장 시장 점유율은 20%도 채 안 된다. 이것을 가지고 독과점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관련해 현대중공업은 독과점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EU에 예비 법률의견을 받은 결과 큰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 “대우조선 고유의 문화와 역량을 존중해 나갈 것”

현대중공업의 ‘아킬레스건’은 사실 대우조선노조 문제에 집중돼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6일 부터 대우조선 실사가 진행됐으나 직후 대우조선 노조는 현대중공업을 표적으로 한 실사저지투쟁을 대우조선해양 서울사무소에서 벌이기도 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동종업계인 현대중공업이 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구조조정을 몰고 오기 때문에 현대중공업이 포기하지 않는 한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4개사의 실사를 거부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원색적으로 드러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대우조선 노조원들에게) 고용보장을 할 것이고 대우조선 고유의 문화와 역량을 존중해 나갈 것”이라면서 “현대중공업은 14년간, 대우조선은 18년간 각각 무분규를 이룬 기업으로 대표적인 노사화합 회사들이다. 대화로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찔러보기’라는 의혹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경쟁업계의 내부사정을 면밀히 파악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인수전에 참여했다는 것. 대우조선 인수에 실패하더라도 현대중공업 입장에서 손해 볼 것 없다는 업계 일각의 분석이 이를 뒷받침 한다.

이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조선 전 분야에 걸쳐 최고의 전문가와 기술력을 보유한 세계 1위의 조선업체”라면서 “타사의 정보를 취득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실사를 하더라도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부문별 매출원가나 수익성, 주요고객 등 이미 공시를 통해 공개된 내용이거나 동종업계에 알려진 내용 등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 최대주주, 정몽준 최고위원이 걸림돌?

이 밖에도 차기 대선주자로까지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자사 최대주주라는 점은 현대중공업이 다소 억울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우조선 매각 결과에 따라 특혜시비가 일수도 있다.

정 최고위원은 17일 “(대우조선 인수를) 회사(현대중공업)로서는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통해 전문경영인에 의한 독립경영을 실현하고 있는 회사”라고 정 최고위원과 대우조선 M&A를 갈라놨으나 업계가 이를 수긍할지는 미지수다.

두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과 한 배를 타지 못하게 된다면 ‘찔러보기’에, 그 반대의 경우엔 ‘특혜시비’에 각각 엮일 수 있어 인수전 결과 여부와 무관한 현대중공업의 고뇌가 일정부분 읽힌다.  

김재훈 기자 jhkim@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