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형제의 난' 장남이 이겼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
2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1부(부장판사 이내주)에 따르면 한진그룹 2세 중 차남인 조남호(57) 한진중공업그룹 회장과 4남인 조정호(50)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이 "장남 조양호(59) 한진그룹 회장으로 인해 공동 소유 회사가 사실상 폐업상태"라며 조양호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사망한 조중훈 전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90년 1월경 한진그룹과는 별도로 대한항공이 외국 공급회사로부터 기내 면세품을 수입할 때, 이를 알선하고 수입품 가격의 일정비율을 수수료로 받는 것을 유일한 사업목적으로 하는 브릭트레이딩사(Bric Trading Co, 이하 브릭사)라는 개인사업체를 설립해 아들 4형제로 하여금 각각 24%씩 지분을 갖게 하고 연말에 순이익을 형제들이 공평하게 나눠 갖도록 했다.
그러나 장남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조중훈 회장이 사망한 후인 지난 2003년 2월경 대한항공에 대한 면세품 납품알선을 위해 '삼희무역'을 만들어 외국 면세품 업자들에게 삼희무역과 새로운 거래관계를 맺게 해 브릭사를 사실상 폐업상태로 만들었다.
이에 차남인 조남호와 4남인 조정호는 조양호 회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형제들간의 합의로 기내 면세품 납품 알선업체로 선정된 브릭트레이딩사는 대한항공에 면세품 납품 알선을 유일한 사업목적으로 하는 사업체로서 대한항공에 그 존립을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었다"며 "한진그룹 형제들간에는 한진그룹을 대한항공, 한진중공업, 한진해운, 메리츠증권 등으로 각기 나누어 갖자는 계열분리의 합의가 있었고, 대한항공 및 그 관련 계열사는 장남인 피고 조양호가 승계하기로 합의한 이상 대한항공에 그 존립을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던 브릭사를 피고 조양호 몫으로 정리하는 것에 대해 원고들이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3남 조수호는 조양호가 브릭사와의 거래를 종료하고 삼희무역을 설립하는 것에 대해 사후에 동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차남과 4남인 원고들도 브릭사의 정리시기가 문제될 뿐 브릭사가 피고 조양호의 몫으로 정리될 수밖에 없다는 원칙에는 동의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면세품 납품 알선업체를 변경하는 것은 대한항공에 있어서는 통상적인 경영권 행사라고 볼 수 있다"며 "비록 조양호 회장이 다른 형제들의 명시적 동의없이 별도로 면세품 납품 알선업체로 '삼희무역'을 설립하고 기존에 브릭사와 거래하던 외국의 면세품 납품업자들로 하여금 삼희무역과 거래하도록 함으로써 브릭사가 사실상 폐업에 이르게 됐다고 하더라고 이로써 바로 원고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추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조남호, 정호 회장은 이번 소송 외에도 올초 조양호 회장과 한진그룹 계열의 정석기업을 상대로 고(故) 조중훈 회장의 사가(私家)인 종로구 부암동 '부암장'의 기념관 조성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1억원의 정신적 피해보상과 부암장의 상속지분 이전 등기 이행 등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 재판이 진행중이다.
한진그룹은 창업자인 조중훈 회장 사망후 장남인 조양호 회장의 한진그룹(대한항공 등), 둘째인 조남호 회장의 한진중공업그룹, 셋째인 고 조수호 회장(2006년 사망)의 한진해운, 막내 조정호 회장의 메리츠금융그룹으로 계열 분리됐다가 고 조수호 회장의 사망으로 한진해운은 한진그룹에 다시 들어온 상태다.
박재붕 기자 pj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