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사냥꾼’들의 ‘아킬레스건’ (수정)
내달 13일 본 입찰을 앞둔 대우조선해양인수전이 예상 밖으로 잠잠하다. 포스코, 현대중공업, GS, 한화 등 인수전 ‘4파’가 대우조선 실사에 본격적으로 나섰으나 기대만큼의 성과물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에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들 4개 업체는 매각주체인 산업은행에 추가적인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있음은 물론 대우조선 해외 자회사를 직접 방문, 현지실사를 추진하다는 계획도 일부에서 감지되고 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격이다.
하지만 정작 대우조선 새 주인으로서 누가 가장 적합한지 여부는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단점’과 관련한 논란은 이번 인수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들 4개 업체는 이를 사전에 철저히 봉쇄한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현대중공업, GS, 한화의 ‘아킬레스건’을 짚어봤다.
◆ “후판 수요의 30% 공급, 독점인가?”
포스코의 경우 업계 안팎에서 가장 유력한 대우조선의 새 주인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체적 자금력도 풍부하거니와 후판공급업체라는 배경, 또한 대우조선 내부에서도 포스코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다. 치명적인 결격사유가 보이지 않는다.
다만 △후판공급 수직계열화에 따른 공정경쟁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 △세계적 추세인 원자재 확보와 거리감이 느껴진다는 점 △포스코 자체 외국인 주식 비율(45% 안팎)이 높아 추진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점 등 포스코에 대한 우려의 시각은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공정경쟁 부분에 대해 “우리와 함께 동국제강에서 후판을 공급하고 있고 동국제강과 현대제철이 최근 새롭게 후판라인을 신설 중”이라면서 “우리나라 전체 후판 수요의 30%만 포스코가 공급중인데 이정도의 퍼센티지를 놓고 독점이라 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에 공급되는 기존 후판 비율이 있다. 우리가 대우조선을 인수하더라도 그 비율은 공정거래법상 임의로 조정할 수 없다”면서도 “생산 여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현대제철이 후판을 생산하게 되면 아무래도 현대중공업 쪽으로 후판이 많이 가지 않겠나”고 말했다.
원자재 확보행보와 관련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40개 이상의 철강 가공센터를 계속 짓고 있고 지난해에는 말레이시아 전기도금 강판 생산업체인 엠이지에스(MEGS)의 지분 60%를 인수하기도 했다”면서 주력사업에 매진하고 있음을 분명히 한 뒤 “원자재 확보를 위해 철광석, 석탄, 니켈 등이 풍부한 해외 광산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우조선을 인수한다고 해서 원자재 확보나 철강 사업부분을 게을리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외국인 지분율 높아도 포스코는 우리 회사”
외국인 주식비율에 따른 추진력 부재시선에 대해 그는 “사정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1998년 12월14일 첫 지분 매각에 나서 2000년 10월 산업은행의 잔여지분(6.84%)을 완전 매각, 정부출자기관에서 민영기업으로 탈바꿈한 포스코는 외국인의 주식 비중이 높다는 지적에서 그간 자유롭지 못했다.
이는 대우조선을 외국자본에 매각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대우조선 노조의 최근 입장과도 일정부분 맥을 함께한다.
이 관계자는 “외국인 지분율이 높다고 해도 포스코는 외국인 회사가 결코 아니”라면서 “삼성전자는 우리보다 외국인 지분율이 더 높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외국인 회사라고 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포스코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는 선진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면서 “한화의 경우 소유와 경영을 한 사람이 하고 있는데, 추진력에 있어서 장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오너 부재 시 내부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설명.
관련해 그는 “포스코의 지배구조는 국내에서 우수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고 여러 차례 수상하기도 했다”면서 “외국인 지분이 많다는 이유로 포스코의 추진력이 약할 것이라는 주장은 다른 인수후보 업체들이 우리를 흠집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흘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 포스코는 지난 5월 말 기업지배구조센터가 선정한 ‘2008년 지배구조 최우수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포스코에 대해 비교적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 “타 인수업체 대비 재무적으로 가장 안정”
옥효원 매리츠 증권 애널리스트는 “포스코가 다른 인수희망 업체 대비 재무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포스코가 대우조선을 인수하더라도 대우조선을 담보로 피해가 가는 상황은 극히 낮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후판공급에 대한 내부적 수직계열화를 이루는 만큼 공정상 이점 및 원가절감에 도움이 돼 생산품 가격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면서 “대우조선이 일반 선박이나 범용선 건조에 그치지 않고 해양 쪽으로 넓히고 있기 때문에 원자재공급 안정성 측면에서 (포스코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다른 유력 애널리스트는 “포스코의 단점 중 이렇다 할만한 것이 눈에 띄지 않는다”면서 “부채비율 24% 수준에 현금성 자산이 3조5000억원 정도여서 자금조달 면에서 타 경쟁업체에 비해 앞서 가고 있는 느낌”이라고 답했다.
이는 포스코의 경영실적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올 1분기 기준 총자산은 30조441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분기)기준 (27조150여 억원) 약 12.68% 상승했고 부채비율은 5조8000여 억원으로 9.82%가량 상승했으나 자기자본비율이 13.38% 상승한 24초 6000여 억원을 기록해 재무건전성이 좋아졌다.
같은 조건에서 매출액과 순이익 역시 6조600여 억원(6.41%↑), 1조300여 억원(4.98%↑)으로 각각 상승한 것이 눈에 띈다.
그는 “본 입찰 때 인수 희망가격에서 각 업체들이 큰 차이를 보인다는 가정을 버릴 수 없고 인수 피인수 업체 내부의 갈등 등 변수가 적지 않다”면서 “마지막 뚜껑을 열어보기 전 까지 누가 대우조선을 삼키게 될 지에 대한 속단은 이르다”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김재훈 기자 jhkim@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