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을 확보하라!(3)

2008-09-10 08:43
= 안정적 공급 넘어 세계의 심장으로…달러 먹는 ´하마´서 수출 ´효자´로 = 고유가 나쁜 것만 아니다!…효율극대화·R&D 천문학적 투자로 경계 넘는다

국내 정유사들이 자원 확보는 물론 단순한 정유회사에서 벗어나 석유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산유국들의 국영석유기업과 손을 잡는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최근 급변하는 세계적인 초고유가 상황과 치열해진 국제 석유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내 정유업계가 자원확보를 위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조명해 본다.<편집자 주>

GS칼텍스, 자체 소비 10%까지 확대

GS칼텍스는 장기적으로 유전개발사업을 통해 일일 정제능력의 10%까지 자체 조달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10%는 일일 약 6~7만배럴 수준이다.

이를 통해 고유가와 해외정세 불안에 따른 국가 에너지 확보 위기 상황 대처는 물론, 국가 에너지 자립에 기여함으로써 종합에너지리더 기업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한다는 것이다.

GS칼텍스는 지난 2003년 쉐브론으로부터 캄보디아 블록 A 해상광구에 대한 탐사권 중 15%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유전개발사업에 진출했다. 이 광구는 첫번째 유전개발사업이라는 의미는 물론, 탐사작업을 통해 양질의 원유 및 가스를 발견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또 러시아 국영석유사인 로즈네프(Rosneft) 및 한국컨소시엄과 함께 서캄차카 해상 탐사광구에 4% 지분으로 참여했으며, 태국 육상 L10/43·L11/43 탐사광구 지분의 30%를 일본 미쯔이(三井)그룹의 탐사회사인 MOECO사로부터 인수, 탐사시추를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지난해 9월부터 추가 2공 시추를 시작했다.

아울러 아제르바이잔의 카스피해에 위치한 이남(Inam)광구 역시 지난해 10월 광구전체 지분의 4%(국내컨소시엄지분의 20%)를 인수, 첫 번째 탐사정 시추가 진행되고 있다. 이남 광구는 이미 생산 중이거나 탐사에 성공한 초대형 유전에 인접해 있어 기술평가결과 석유발견 가능성이 높은 유망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GS칼텍스는 현재 추진 중인 사업 이외에도 세계 각국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동남아, 중동, CIS 등 유망지역에 대한 추가 진출을 추진 중이다.

이와 별도로 GS홀딩스도 2005년 1월 인도네시아 NEM1, NEM2, 워캄 등 3개 탐사광구에 대한 탐사권을 각각 5%, 30%, 20% 인수하면서 유전개발사업에 참여했으며, 예멘 16, 39광구, 카자흐스탄 South Karpovsky 광구의 탐사 지분을 매입하는 등 석유탐사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4.75% 지분으로 이라크 바지안 광구에 참여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일일 정제능력의 10%까지를 자체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산유국과 ‘협력 강화’도 중요

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직접 해외자원개발에 나선 것과는 달리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산유국과의 협력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재 에쓰-오일은 사우디 국영석유기업인 아람코사가 3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오일뱅크는 아랍에미레이트(UAE) 국영석유회사인 에녹(ENOC : Emirates National Oil Company)의 투자자회사인 IPIC(International Petroleum Investment Company)가 7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미 잘 알고 있듯이 중동지역은 전세계 석유매장량의 61%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사우디의 경우 매장량이 2천642억배럴로 21.3%, UAE 역시 978억배럴의 매장량(7.9%)을 보유하고 있다. 가채년수 역시 현재 생산량 기준 각각 69.5년, 91.9년에 달한다.

사실상 충분한 공급여력을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나라들이다.

물론 직접 개발을 통한 에너지 안보 강화 방안도 좋은 방법이지만 엄청난 투자비용과 높은 실패 가능성, 갈수록 경제성을 갖춘 유전확보가 어렵다는 점 등 현실적인 제약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도 단점이다.

결론적으로 석유자원의 지역적 편중 등 국제 에너지시장의 환경을 고려할 때 산유국-소비국간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서로 ‘윈-윈’하는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유효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지난 1991년 에쓰-오일은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사와의 합작을 통해 1조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 1997년 대규모 벙커C크래킹센터(BCC : 중질유분해시설)를 준공했다.

또 아람코사로부터 원유 전량을 적시에 도입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수십 가지가 넘는 다양한 원유를 도입할 때 발생하는 수송비와 저장비 등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도입하는 원유의 종류가 적기 때문에 투입하는 원유의 종류에 따른 공장 운영모드 변경 등으로 인한 비효율을 줄일 수 있게 됐을 뿐만 아니라 생산제품의 품질도 보다 더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아람코와 합작을 통해 안정적으로 원유를 확보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고도화시설을 효율적으로 가동함으로써 좋은 품질의 석유제품을 국내는 물론 해외로 수출하며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UAE 국영석유기업인 에녹의 투자자회사인 IPIC가 70%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1999년 당시 5억달러 규모의 외자유치를 통해 이뤄진 인연은 최근 활발한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오는 2011년까지 총 2조1천억원을 투자해 일일 5만2천배럴 규모의 중질유분해시설 건설 승인은 물론, 충남 서산에 위치한 대산공장 확장부지에 연산 110만t 규모의 아로마틱 생산시설 건설에 스페인 셉사(CEPSA)를 참여시켰다.

이번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현대오일뱅크는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지난 7월 14일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난 오던 모하메드 알 함리 의장과 후임으로 선임된 카뎀 알 쿠바이시 의장 역시 변함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알 함리 의장은 떠나면서 “UAE 에너지장관 책무 외 많은 역할과 책임이 주어져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대오일뱅크를 위해 충분한 시간과 열정을 쏟을 수 없다면 더 이상 직책을 맡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해 사임키로 했다”면서 “의장직은 사임하지만 IPIC 이사회 멤버이자 부의장으로서 변함없는 지지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