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잇단 패소로 ‘시련의 시절’ 맞나

2008-09-04 14:31
이마트 독과점, 아모레 방문판매 재판서 연달아 져

공정거래위원회가 ‘시련의 시절’을 맞았다.

공정위는 이달 3일 하루 동안에 신세계 이마트의 월마트 인수에 대한 ‘독과점’과 아모레퍼시픽 등 화장품 업체의 ‘방문판매’에 대한 2건의 행정소송에서 잇달아 패소해 쓰라린 오점을 남기게 됐다.

4일 연이은 패소에 대해 공정위 권철현 정책홍보담당관은 “이번 일을 단지 패소라는 결과만 놓고 보지 않는다”며 “판결문이 나오는데로 방향설정을 한다는 것이 공식입장”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삼익악기 등 총 4건의 기업결합심사 소송에서 모두 승소해왔다. 그러나 이번 이마트 건은 공정위가 패소한 첫 번째 사건으로 기록됐다.

이번 판결로 공정위의 독과점 기준이 다소 지나쳤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재판부에서 독과점 판단 잣대를 직접적으로 문제 삼지 않았다는 점과 최대 쟁점이었던 ‘할인점 독자시장 ’ 등 몇가지 사항을 오히려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고 해석했다.

공정위 강수진 송무담당 과장은 “법률 조항과 소비자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판결이 달라질 수도 있다”며 “크고 작은 재판에서 패소하기도 했는데 우연히 이목을 받아오던 두 사건의 재판에서 패소하게 돼 이슈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공정위는 공식적으로 판결문이 접수되는 이달 8일게 쯤 이마트에 대한 항소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있을 홈플러스와 홈에버 기업결합심사를 두고 공정위의 행보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공정위는 같은 날 아모레퍼시픽과 코리아나화장품, 한국화장품, 한불화장품 등 화장품 기업 총 4 곳과 대교 등 5개 기업에게도 손을 들어야만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공정위로부터 화장품 방문판매를 불법 다단계판매로 규정하는 것 및 영업방식도 변경하도록 한 시정명령을 받았었다. 그러나 이에 굴복하지 않고 서울고등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이로써 방문판매 영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된 것.

공정위는 화장품업계에 판매조직이 3단계 이상이고 직급의 판매실적에 따라 육서장려금, 교육 장려금 등이 지급됐다는 이유로 ‘다단계’ 판매 업체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다단계영업자 등록을 하거나 방문 판매업에 맞게 시정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들 업체는 ‘무늬만 방판’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방판 영업에 차질이 생기면서 남모를 ‘가슴앓이’를 해야만 했다.

아모레퍼시픽 김효정 홍보팀과장은 “방문판매는 40년 이상이나 해왔던 영업형태였다”며 “공정위쪽에서 다르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번 재판에서 패소했지만 항고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주중에는 LG생활건강, 나드리 등이 제소한 행정소송이 고등법원에서 판결이 날 예정이다. 이번 판결로 날개 꺾인 공정위가 다시 비상할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김은진 기자 happyny77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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