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 국내 산업계 청신호
2008-10-27 19:16
환율 급등과 달리 국제유가는 급락 기조를 보이고 있어 국내 산업계에 청신호를 보낼 전망이다.
국제유가가 떨어지면 무역수지는 흑자 전환으로 바뀌고 경상수지 적자 폭을 줄여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유가 급락이 물가 안정으로 이어지면 내수 회복에 기여해 국내 실물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
3일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9.99달러 떨어진 101.65달러로 마감해 역대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두바이유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7월 4일 배럴당 140.70달러에서 2개월 만에 28% 급락했다.
국제원유 시장의 지표물인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도 2일 배럴당 5.75달러 급락한 109.71달러를 기록해 2개월 전 고점에 비해 40달러 이상 떨어졌다.
국제금융센터 오정석 부장은 "허리케인 구스타브로 인한 피해가 예상과 달리 미미했고 중국이 올림픽이 끝나면서 비축유를 추가로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수요 감소에 따라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은 경상수지 악화와 물가 급등으로 우리 경제를 짓눌렀지만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내려서면 숨통이 트인다.
유가 급등은 경상수지 악화로 이어질 뿐 아니라 교역조건을 악화시켜 수입물가 상승을 불러오고 이는 다시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의 출발점으로 작용했다.
국제금융센터 오정석 부장은 "아직 고유가 상황이지만 고점 대비 30% 내렸기 때문에 경상수지 개선으로 이어진다면 환율 급등으로 불거진 위기설을 진정시키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가 하락에 따라 경상수지 적자 폭이 줄면 외환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감소하게 되고 이는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식경제부는 환율 급등을 부채질한 8월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도 9월에 유가 급락을 추가로 반영하면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가 하락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 5.9%에서 8월 5.6%로 둔화됐으며 9월에는 더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차원에서도 고유가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 선진국들이 경기부양 정책을 쓰기 어려운데 유가 하락으로 물가가 안정된다면 부양책을 쓸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통해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제거된다면 과거처럼 신흥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유가에 따른 글로벌 경제 악화와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은 서로 맞물린 측면이 있는데 고유가 문제가 해소된다면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7월초만 해도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했던 유가는 최근 안정된 흐름을 보여 이미 어느 정도 금융시장에 반영됐기 때문에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3일 오전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4거래일째 폭등해 1150원 선을 넘어섰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유가 하락 만으로 당장 금융시장이 정상화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일단 불안 심리를 잠재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WTI는 어제도 급락했기 때문에 유가 하락 재료는 금융시장에 어느 정도 반영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도 최근 환율 상승이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 등에 따른 것으로 유가 하락이 당장은 환율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최근 환율 상승은 수급 외에 역외세력의 매수세가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유가가 의미 있게 떨어지지 않는 이상 큰 영향을 못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성 기자 fre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