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업계도 통합보험시장 진출···손보사와 경쟁 불가피
삼성생명이 최근 '통합보험'을 출시하면서 그동안 손해보험업계가 선점하고 있던 통합보험시장에 뛰어들게 됨에 따라 생명-손해보험사 간 통합보험을 놓고 치열한 가입자확보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1일 생보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이 여러 상품에서 개별적으로 보장해왔던 사망, 치명적 질병(CI), 의료실손 등을 1개 상품으로 묶어 보장하는 '통합보험'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통합보험이란 각종 보장 내역을 한데 묶은 보험상품으로, 삼성화재가 2003년 12월 첫 상품을 내놓은 이래 통합보험 시장은 현재 전체 손보업계 매출(원수 보험료)의 40% 가량을 차치하는 손보사의 주력 상품으로 자리매김 했다.
손보업계의 통합보험은 사망, 질병, 상해, 배상책임, 운전자보험, 화재보험, 자동차보험, 어린이보험, 의료실손 등으로 구성돼 웬만한 보장 내역은 모두 갖춘데다가 여러 상품을 따로 가입했을 때보다 보험료가 싸다.
또 1건의 보험계약으로 본인을 비롯해 여러 명의 가입자를 추가할 수 있고, 필요한 특약이나 담보도 상황에 따라 변경 또는 추가가 가능해 라이프 사이클에 따른 변화에 대비할 수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가입자들이 타 보험사로 옮겨가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전산관리가 용이한데다 관리비용도 줄일 수 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다른 생보사들도 통합보험을 속속 출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화재가 통합보험을 처음 선보인 이후 중소손보사들로 이어지기까지는 약 1년여의 기간이 소요된 점과 이미 손보사에서 판매하는 통합보험의 성장률이 2년전부터 감소하고 있는 점에서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또 양 업계의 상품은 통합보험이란 틀만 같을 뿐 실제 보장 내역에 차이가 있어 서로 경쟁 관계에 있지는 않다는 시각이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의 통합보험 출시로 손보 쪽에 영향이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보장 내용이 의료실비를 제외하곤 많이 달라 서로 다른 시장이라고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생명-손해보험사의 통합보험은 사망이나 상해, 질병에 대한 보장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나 생보사 상품은 사망 보장과 연금에, 손보사 상품의 경우 질병, 상해로 인한 치료비와 자동차, 배상책임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 손보사 상품이 보장범위가 광범위해 여러가지 위험들을 보장하지만 연금 전환 기능이 없는 반면 생보사 상품은 사망과 암, 뇌졸중, 급성심근경색 같은 치명적 질병(CI)을 집중 보장하고 연금으로 전환해 노후생활에 대비할 수 있다.
이밖에 손보사 상품은 만기 때 돌려주는 돈(환급금)이 적지만 생보사 상품은 상대적으로 환급금이 많다. 대신 보험료는 생보사 쪽이 다소 비싸다.
그러나 사망이나 질병, 상해 등 보험 가입자들의 관심이 많은 부분은 공통적으로 보장하되 생보 상품이 노령화 사회를 맞아 수요가 커지고 있는 연금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경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통합보험이 교차판매 설계사에게 보다 친숙해 교육하는데 용이하고, 여러 상품을 한번에 파는 효과가 있어 교차판매 시행과 맞물려 적잖은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란 전망이다.
변해정 기자 hjpyun@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