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특집]고삐 풀린 석유시장(1)

2008-08-28 09:15
안정적 공급 넘어 세계의 심장으로…달러 먹는 ´하마´서 수출 ´효자´로 고유가 나쁜 것만 아니다!…효율극대화·R&D 천문학적 투자로 경계 넘는다

석유시장이 요동치면서 고삐가 풀려버렸다. 사실상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다. 그동안 폭등세를 보이며 초강세 행진을 지속했던 국제유가는 7월 들어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듯 했지만 지정학적 불안과 수요 증가, 달러화 가치 하락, 기후 등의 영향에 따라 반등하고 있다. 초고유가 상황과 치열해진 국제 석유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유업계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조명해 본다.<편집자 주>

올 상반기 석유시장은 한마디로 ´사상 최고가 행진´으로 요약된다. 통상 연초는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배럴당 90달러 이상 수준에서 강세를 지속했던 유가가 잇따라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며 지난 2월 19일 세 자릿수를 돌파했다.

유가 100달러 시대가 열리면서 세계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로 유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일부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7월 3일 145.29달러까지 상승하며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렸다. 140달러 중반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유가는 7월 중순 이후 비교적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며 8월 중순 110달러 초반대까지 빠졌지만 지정학적 불안과 수요 증가, 미 달러화 가치 하락, 기후 등의 각종 불안요인들이 상존하면서 110~120달러 선에서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 2004년 8월 WTI 가격이 배럴당 45달러를 돌파하자 당시 유가가 50달러를 넘어 설 것인지에 대해 시장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산유국들의 이익집단인 OPEC(석유수출국기구) 역시 배럴당 50달러가 넘을 경우 수요 감소로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감을 표명하며 증산 등을 통해 유가 안정에 나서겠다고 시장 분위기를 안정시켰다.

하지만 지금은 국제유가가 사실상 100달러 이하 선으로 떨어지는 것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OPEC 역시 현재 상황을 즐기기라도 하듯 유가급등은 공급의 문제가 아니라고 발뺌하고 있다.

이미 140달러 선을 돌파했던 유가는 인도 등 개발도상국들의 수요 증가와 함께 이란, 나이지리아 등 산유국들의 정정불안과 원유거래 대금으로 주로 사용되는 달러화 약세 등 각종 악재와 함께 허리케인 등으로 인해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올해 안에 150달러 거래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저유가 영향으로 석유 생산은 늘지 않은 가운데 소비가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유가가 몇 년 동안 기록적인 수준으로 오르면서 결국에는 소비가 줄고 생산이 늘어날 것이란 의견들이 제시됐지만 최근에는 많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유가 상승의 가장 큰 이유는 OPEC에 속하지 않은 러시아, 멕시코, 노르웨이 등과 같은 산유국들의 생산이 정체되거나 줄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산유국에서는 매장량 고갈이 생산 감소로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노르웨이의 경우 2001년 생산량이 최대에 달한 이후 25% 감소했고 영국의 생산량도 8년간 43% 줄었다.

하지만 많은 비OPEC 산유국에서 생산량이 늘지 않는 것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

지난 30년간 원유 생산 증대의 주요 원천이 되면서 세계 석유공급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비OPEC 산유국들은 OPEC과는 달리 고유가를 유지하기 위해 생산을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시추비용의 증가와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는 자원 민족주의 정책의 부상 등도 이들 산유국의 석유생산 증대를 막아 비 OPEC 산유국의 석유 생산은 일일 5천만배럴에서 멈춘 상태다.

아직 개발하지 않은 유전이 많은 러시아의 경우, 현재 원유 생산량이 일일 1천만배럴로 지난 1996년의 600만배럴에 비해 크게 늘었지만 최근에는 석유 생산을 크게 늘리는 시절은 지났다면서 생산량 안정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후손들에게도 달콤한 에너지의 맛을 보여주기 위한 속셈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OPEC의 생산 증대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생산능력을 일일 1천250만배럴로 늘리는 500억달러 규모의 투자계획을 마무리해 가고 있지만 그 이상으로 생산을 늘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결국 장기적으로 1천500만배럴 생산도 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전망을 무시해 버렸다.

소비 추세 역시 문제다. IEA(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석유소비는 중국과 인도, 중동 등의 수요 증가로 올해 일일 120만배럴 늘어난 8천720만배럴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향후 20년간 석유 수요는 35% 늘어나고 개발도상국의 소비가 선진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