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비상… 해외 송금자 속수무책
원.달러 환율이 1078원까지 폭등하면서 외환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해외로 돈을 보내려던 고객도 환전을 미룬 채 발길을 돌렸다.
◆해외 송금자, 속수무책=25일 은행 창구에는 환율 상황을 묻는 전화가 빗발쳤다.
해외 송금을 위해 영업점을 찾은 일부 고객 가운데는 환율 급등에 당황하며 송금을 포기하고 돌아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해외 송금을 하러 온 고객들 가운데 송금을 하지 않고 돌아가는 분들이 많았다"며 "당장 1만달러를 송금할 경우 며칠 사이 20만원 가량을 손해를 보기 때문에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자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도 "해외 유학생 자녀를 둔 실수요자들이 환율 급등으로 발을 동동 구르며 당황하는 모습이었다"며 "앞으로 환율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분할 매수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지난 주부터 환율이 오르고 있어서 고객들이 크게 당황하거나 놀라지는 않았다"며 "환율이 1100원대로 올라선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상당수는 정부 개입을 기대하며 송금을 미루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국, 환율쏠림 촉각=외환당국은 이날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시장 움직임에는 종일 촉각을 곤두세우고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기획재정부 관련부서는 환율이 폭등하자 종일 회의를 연달아 열며 분주했다.
이날 오전 강만수 장관 주재로 열린 재정부 실.국장 회의가 끝난 뒤 국제금융라인은 별도로 장관에게 시장 상황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실무자급 회의를 열어 외환시장 동향을 살피기 바빴다.
한국은행 역시 대외적 반응을 꺼리면서도 시장 심리가 과도한 상승세로 쏠리는 점에 당혹한 빛이 역력했다. 다만 원.달러 환율 급등이 기본적으로 글로벌 달러 강세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고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았다.
외환당국은 외환시장에 대한 언급을 유보한 채 시장 수급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달 초 1050원대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고강도 개입을 단행했던 외환당국은 이날 환율이 1080원대에 육박했으나 개입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