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소비자물가 7%선 빨간불
정부가 급등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일부 전문가들은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선도 위험하다고 지적하는 등 향후 물가가 경제에 큰 짐이 될 전망이다.
24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정부는 8월 물가 상승률이 6%선을 넘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공공요금 인상시기를 분산하고 업계의 자율적인 가격인상 억제를 촉구하는 한편 편승 인상 혐의가 있는 업체에 대해서는 엄격히 조사하는 등 전방위적인 관리에 나섰다.
하지만 8월 물가는 6% 선은 당연히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고 일부에서는 7%도 위험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물가에 정통한 정부 고위관계자는 "국제유가가 하락했다고는 하지만 그 폭은 크지 않으며 오히려 6월과 7월 높은 가격에 수입된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기 때문에 8월 소비자물가는 7%선에 육박하거나 7%를 뚫고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국제유가가 급락해 물가는 한숨 돌릴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을 완전히 뒤집는 전망이다. 실제로 7월 생산자물가 총지수는 작년 같은 달에 비해 12.5%가 올라 지난 1998년의 12.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총지수의 전년동월대비 상승률은 4월 7.6%, 5월 9.0%, 6월 10.5% 등으로 가파른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다.
국제유가가 급락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지만 7월 평균 유가는 전월보다 2.7%, 작년 같은 달에 비해서는 88.4%나 올랐다. 7월 수입물가도 작년 같은 달에 비해 50.6% 상승, 1998년 2월(53.9%) 이후 10여년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생산자 물가는 1~2개월의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8월 소비자물가가 직격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환율이 급속도로 상승하는 점도 국내 물가를 정면으로 위협하는 요인이다. 7월에 저점을 기준으로 1,000원선을 갓 넘던 원-달러 환율은 8월 중순 들어 급등, 22일에는 1,062원대를 기록하며 일주일간 22.7원이 올라 3년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이 1% 오를 경우 소비자물가는 0.07% 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한달여만에 벌써 0.42% 포인트의 물가상승 요인이 나타난 것이다.
정부는 지난 봄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해 환율상승 정책을 펴다가 물가급등의 부메랑을 맞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환율 상승에 따른 위험성을 크게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의 시장개입 여파로 외환보유액이 많이 줄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예전만큼 달러를 써가며 환율을 방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이에 따라 업계에 직접적인 협조요청을 하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추석을 앞두고 각별히 물가안정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각 부처 장.차관들은 현장확인을 통해 실효성있는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또 추석 3주 전부터 물가대책을 추진. 성수품 출하량을 평상시 2∼3배로 늘리고 21개 주요 농축수산물 및 개인서비스 요금을 특별관리품목으로 지정하는 등 서민생활 안정에 나섰다.
이에 앞서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최근 식품업계 대표들을 만나 정부가 수입 곡물 관세인하, 밀가루 직수입 등을 추진해왔고 최근 유가와 국제 곡물가격이 안정 국면에 접어든만큼 식품업계도 원가요인 점검과 경영 개선을 통해 물가 안정 노력에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물가상승이 한단계 누그러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지만 실제는 여기저기서 물가상승 요인이 불거지고 있다"면서 "소비자물가가 6%선을 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주요 공공요금 인상시기를 늦추는 등 폭넓은 조치를 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