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을 막는 차원에서 신규 회원에 대한 최초 연도 연회비 면제를 금지하도록 '개인회원 표준약관'을 제정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 초 개인회원 표준약관을 제정·승인하면서 신규 회원에 대해 반드시 최초 연도 연회비를 부과하도록 했지만 여전히 일부 카드사가 이를 어기고 있어서다.

22일 공정위와 업계에 따르면 이같은 내용을 담은 개인회원 표준약관이 5월부터 시행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롯데카드를 비롯한 일부 전 업계 카드사들은 최초 연도 연회비 면제 혜택이 없는 카드를 신규 회원에게 발급한 뒤 면제 혜택이 있는 기존 카드로 바꿔주는 방법 등으로 표준약관을 따르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카드는 기존 해피포인트 적립카드 소지자를 대상으로 '해피포인트 롯데카드'에 신규 가입할 것을 권유하면서 연회비 면제 혜택을 주고 있다.

현대카드는 'LG파워콤 M현대카드' 'S카드' '홈에버V카드'의 신규 발급자로부터 최초 연도 연회비를 받지 않고 있으며 신한카드 역시 '홈플러스 마이센스 카드'에 가입하면 연회비를 받지 않는다.

카드업계는 공정위의 개정된 표준약관이 권고사향에 불과한 만큼 반드시 준수할 의무는 없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개정약관 시행 이전에 제휴사와 맺은 계약을 파기하기는 힘들다"며 "공정위도 이같은 회사의 처지를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는 개정약관에 법적 구속력이 없음에도 자발적으로 신규 카드 발급을 자제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예외적으로 카드사에서 제공하는 혜택이 소비자에게 결코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걸로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들 카드사는 공정위의 개정약관 시행 직전까지 최초 연도 연회비 혜택이 없어질 것을 강조하며 신규 가입을 적극 홍보해 온 만큼 표준약관을 각 카드사의 마케팅 전략에 따라 임의대로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무분별한 카드 발급을 줄이는 차원에서 표준약관을 제정하고 최초 연도 연회비를 반드시 받도록 했다"며 "하지만 표준약관은 제정법규가 아닌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개별 카드사에 대한 현장 지도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약관을 시행하기 전에 체결한 계약이라도 새 약관과 상충될 경우 계약 내용을 조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권고사항이라는 이유로 표준약관을 유리한대로 해석·적용하는 영업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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