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사과···시종 엄숙한 표정 보여
“쇠고기·대운하 국민 뜻 존중할 것”
“가스·물·전기·건강보험 민영화 계획 없어”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대국민담화 이후 19일 두 번째로 국민 앞에 섰다. 최근 ‘쇠고기 파문’에 대한 사과의 뜻과 대운하 및 인적 쇄신 등 각종 현황에 대해 대국민 발표를 위해서이다.
이날 특별 기자회견은 약 13분간의 회견문 낭독에 이어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일문일답까지 총 1시간가량 진행됐으며, 이 대통령은 시종 엄숙한 표정으로 다시 한 번 국민에게 깊이 고개를 숙였다.
청와대 참모진 대폭 개편과 중폭 개각을 앞두고 열린 이날 회견은 100여명의 내․외신 등록기자들이 몰려 뜨거운 취재 열기를 보였다. 주요 방송사들도 이 대통령의 회견장 입장부터 생중계에 들어갔다.
이 대통령은 회견 예정시간인 오후 2시 정각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 도착했으며, 잠시 고개를 숙인 뒤 이동관 대변인의 안내로 준비된 회견문을 차분하게 낭독했다.
이날 회견장에는 류우익 대통령실장을 비롯해 김인종 경호처장, 곽승준 국정기획수석, 김중수 경제수석, 김병국 외교안보수석, 박재완 정무수석, 이종찬 민정수석, 이주호 교육과학문화수석, 김백준 총무비서관 등이 배석했다.
지난달 담화 발표 때와는 달리 국무위원들은 참석하지 않았으며 배석자들은 한결같이 침통한 표정으로 이 대통령의 회견문 낭독을 지켜보며, 이부 수석은 눈을 감은채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이라는 인사말로 운을 뗀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10일 광화문 일대가 촛불로 밝혀졌던 밤에 저는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봤다”며 “산중턱에 홀로 앉아 시가지를 가득 메운 촛불 행렬을 보며 국민들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제 자신을 자책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추가 협상’을 택한 과정을 소상히 설명하면서 “지금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미국이 30개월령 이하 쇠고기 수입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우리는 고시를 보류하고 수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또한, 그는 “어떤 경우에도 30개월령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는 우리 식탁에 오르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보장하지 않는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들어오면 검역을 하지 않고, 검역 이전에 반송될 것으로 본다"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다만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 국민들의 뜻을 존중할 것으로 기대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담화 발표 때와 같이 이 대통령은 회견문을 낭독하는 동안 단 한번도 얼굴에 미소를 띠지 않았으며, 마지막에 다시 한 번 깊이 머리를 숙여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 밖에도 “청와대 비서진은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대폭 개편하고, 내각도 개편 하겠다”며 “다만 내각은 국회가 열리는 것을 봐서 조속히 (개편)하겠다”고 설명했으며, “대선 공약이었던 대운하 사업을 국민이 반대 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그는 "근본적으로 물류체계가 잘못돼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농산품을 포함해 한국 전체 물류 시스템의 재검토를 통해 근본적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는 한미 양국 정부가 이미 합의한 것으로 어떤 수정도 있을 수 없고 부시 대통령 정부 재임 중에 한미 FTA가 통과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회견문 마지막에 "이제 새로 시작해야 할 시간이다. 두려운 마음으로 겸손하게 다시 국민 여러분께 다가가겠다"고 다짐한 뒤 "국민 여러분께서도 새로 출발하는 저와 정부를 믿고 지켜봐 주기를 바란다"면서 "촛불로 뒤덮였던 거리에 희망의 빛이 넘치게 하겠다"고 톤을 높였다.
이 대통령의 회견문은 발표 직전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 워싱턴D.C.에서 진행 중인 쇠고기 추가협상 결과가 회견 이전에 나올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최종 협상이 연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회견문의 일부가 삭제되거나 수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회견에서 추가협상 결과를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한 뒤 이를 계기로 ‘쇠고기 논란’을 일단락 하겠다는 당초 계획에 다소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당초 회견문에는 ‘사과’라는 표현이 들어갔으나 이를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로 바꿨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