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계열사 통한 서민금융시장 진출 박차

2008-06-12 17:40
내주부터 지점 창구서 소액신용대출 판매, 금리 더 낮춰야 지적도

시중은행들이 계열사를 통해 신용등급이 낮은 금융소외자를 대상으로 신용대출 상품 판매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대부업체에서 연 40% 이상의 고금리로 대출을 받아 온 고객들이 은행 창구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게 됐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다음주부터 전국 900여개의 영업점에서 계열사인 우리파이낸셜의 신용대출 상품 '우리모두론'을 판매한다.

지난달 첫 출시된 '우리모두론'은 신용도에 따라 연 7.39~38.90%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으며 만 25~56세의 직장인과 전문직 종사자, 자영업자라면 재직 기간에 관계없이 9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고객이 '우리모두론'을 신청하면 영업점에서는 우리파이낸셜의 대출심사 시스템을 활용해 대출한도와 금리 등을 결정하게 된다. 고객은 이틀 내로 대출금을 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은 늦어도 다음달 중순부터 하나캐피탈의 신용대출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하나캐피탈은 지난 2월 은행권 최초로 온라인 전용 소액신용대출 상품인 '미니론'을 출시한 바 있다. 이밖에도 'e-CEO 신용대출'과 'e 크레딧론' 등의 대출상품을 판매 중이다.

신한금융지주도 신한캐피탈을 통한 소액신용대출 상품 출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은 이달 중 자회사인 기은캐피탈의 상품 설계가 끝나면 은행 영업점에서 소액신용대출 상품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교차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시중은행들이 저신용층을 대상으로 대출상품 판매에 나서고 있는 것은 지난 9일 금융위원회가 자회사 대출상품의 판매 대행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은행이 서민 금융시장에 진출토록 유도해 대부업체 등 사금융의 금리 인하를 촉진한다는 방침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는 서민금융을 활성화한다는 측면에서 은행은 자회사 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의 서민 금융시장 진출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앞으로는 고객들이 전국에 광범위하게 분포한 은행 영업점에서 편리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중은행의 소액대출 상품 금리 수준이 높아 금융소외자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되기 힘들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광상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서민들은 신용등급이 낮은 저신용층이 대부분"이라며 "이들이 은행을 찾더라도 최고 금리를 적용받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지금 상태로는 은행권의 서민금융 상품이 대부업체 상품과 별반 다를 게 없다"며 "서민금융 활성화라는 정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은행권 상품의 금리를 더욱 획기적으로 낮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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