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총체적 난국' 이겨낼까?
미국증시의 전망이 불안하다. 인플레 악령과 고용시장 먹구름이 동시에 드리운 것이다. 전문가들은 신용위기 여파가 가시지 않은 채 경제 펀더멘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인플레와 고용시장 악재가 겹친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온라인 경제전문매체 마켓워치닷컴은 실업률이 5.5%를 넘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짙게 깔리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실업률 4년래 최고...소비에 직격탄=BMO캐피탈 마켓의 쉐리 쿠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용보고서는 미국경제에 침체의 그림자가 크게 드리웠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노동부는 6일 5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4만9000건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문가들이 예상한 5만건 감소와 비슷한 것이다.
노동부는 실업률이 전월의 5.0%에서 5.5%로 급등했다고 덧붙였다.이는 월가가 전망한 5.1%를 크게 넘어선 것은 물론 2004년 10월 이후 4년래 최고 수준이다. 상승률은 1985년 2월 이후 최대치다.
이로써 미국의 고용은 5개월 연속 감소한 셈이 됐으며 비농업부문의 일자리는 32만4000개 이상 줄어든 셈이 됐다. 고용보고서가 발표된 후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단기간내 회복하는 것은 힘들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시장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고용시장이 악화되면서 본격적인 경제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CIBC 월드 마켓의 에버리 쉔펠드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경기침체 당시를 빼고 고용시장이 이처럼 악화된 적은 없었다"면서 "고용시장은 앞으로 수개월 동안 회복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 등 인플레 압박 심화, 부시 "고용시장 심각한 수준"=문제는 고용시장이 악화되는 등 경제 펀머멘털이 개선되는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유가를 비롯한 외부 요인 역시 악화일로는 걷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국제유가는 배럴당 10달러가 넘게 상승하면서 138.54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도이치방크의 오웬 피츠패트릭 수석 투자전략가는 "과거에는 경제성장이 둔화되면 유가 역시 동반 하락했다"면서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경제가 불안하면서 증시 역시 맥을 못추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주말 다우지수는 400포인트 가까이 급락하면서 1만2200포인트대로 밀려났고 S&P500지수와 나스닥 역시 각각 3% 이상의 낙폭을 기록했다.
한주간 다우지수는 3.5% 하락했고 S&P500지수와 나스닥은 각각 2.9%와 1.9% 빠졌다.
최근 1년간 S&P500지수 추이 <출처:야후파이낸스> |
경제를 비롯해 금융시장이 총체적인 난국 양상을 나타내면서 조지 부시 대통령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고용시장이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미국의 성장 둔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주택시장과 경제 전반의 성장 둔화로 인해 미국 경제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고 밝혀 새로운 경기부양책이 나올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증시&유가 상관성 커질 듯...버냉키 9일 연설=전문가들은 미국 경제는 물론 증시의 움직임이 유가 추이와 밀접한 관계를 맺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와코비아의 알 골드먼 수석 투자전략가는 "현재 경기침체는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라면서 "그러나 유가의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경제성장 둔화는 훨씬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들어 국제유가는 이미 40% 이상 급등했으며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986달러를 기록해 전년 대비 30% 가까이 치솟았다.
이번주 발표될 주요 지표로는 12일 공개되는 소매매출과 다음날 발표되는 소비자물가지수(CPI) 가 꼽힌다.
전문가들은 5월 소매매출이 전월 0.2% 감소한 이후 0.6% 증가하고 5월 CPI는 전월 0.2% 상승한 이후 0.5%로 상승폭이 확대됐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CPI는 전월 0.1% 오른 뒤 지난달 0.2%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공개하는 경기평가보고서인 베이지북에도 관심이 쏠려 있다. 금리를 결정한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2주 앞두고 발표되는 베이지북을 통해 연준의 통화정책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입에도 월가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버냉키 의장은 9일 보스턴준비은행이 주최하는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12일에는 캔자스시티준비은행 창립 기념식에 모습을 나타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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